대장내시경 출혈 환자, 1억8000만원 손해배상 소송 패소

의료과실 주장하며 1억7천만원 손해배상 청구
법원 “검사와 출혈·치루 간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내치핵 등 기저질환 원인 가능성 높다고 판단

대장내시경 검사 이후 항문 출혈과 치루 수술을 겪은 환자가 의료과실을 이유로 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의 부작용으로 보기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판사 강신영)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1억78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항문 출혈 및 이후 치루 수술과 대장내시경 검사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3년 7월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사 B씨의 집도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이후 항문 통증과 붓기, 발열 증상을 호소했고, 상급병원의 진료를 거쳐 치루로 진단받아 치루 근본절제술을 시행받았다. 수술 후 A씨는 하루 1회 정도의 변 지림 증상이 지속되며 불편을 겪고 있다.

A씨는 B씨가 내시경 삽입 및 조작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항문에 출혈을 유발했고, 이후 적절한 조치 없이 단순 급성치열로 진단해 약물치료만 진행함으로써 병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내시경 삽입이 항문에 물리적 손상을 주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환자의 항문조임근 상태가 이완돼 있었고, 대장내시경의 지름이 1cm에 불과해 삽입과 조작이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혈의 원인에 대해서도 “검사 당시 항문에 소량의 출혈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내시경으로 인해 직접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평소 자각하지 못했던 내치핵으로 인한 출혈이 검사 중 우연히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이 늘어나 생기는 흔한 질환으로, 검사 자체가 치핵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의사의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검사 직후 간호사를 통해 항문 출혈 사실을 환자에게 알렸고, 환자는 곧바로 담당 진료의에게 안내받아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이는 통상적인 의료 절차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항문농양 진단 시점과 검사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판부는 “A씨는 검사 10일 후 통증과 발열로 병원을 재방문했고, 그 시점에서 항문농양이 진단됐다”며 “이 정도의 시간 간격이라면 검사로 인해 곧바로 발생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에서 환자의 기존 항문질환이 검사 이후 악화된 것으로 보이며, 검사 자체가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의사 B씨의 행위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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