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년 상반기 국립대병원 임상교수 채용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경력과 연구실적 자격 조건을 낮추는 등 ‘임상교수 모시기’ 노력이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고용이 12.5%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계약직 의사 고용은 57.3% 로 급증하면서 이들의 연봉 역전현상까지 벌어지게 되어 구인난이 심화 및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보여지고 있다.

금년도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국립대병원 공고를 살핀 결과, 대부분 전임의 경력 2년 이상 및 연구 실적은 최근 3~4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었으며 예외 사항을 두는 곳도 있었다.

우선 전남대병원은 오는 1월 16일까지 총 28명을 모집한다. 공고 응시자격 중 경력사항을 보면, 채용일을 기준으로 전임의 경력 2년 이상이거나 전공의 수련병원 전문의 경력 2년 이상인 자로 정해졌다. 다만 해당 전임의 경력과 관련해 병원은 “우수한 의료인력 수급 및 임상교수 요원의 원활한 인력 운영을 위해 특정한 경우 전임의 경력 자격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 근무 경력이 1년 이상이거나, 이공계 특성화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병역특례)로서 전임의 경력이 1년 이상인 경우다. 원칙 상 2년인 기준을 완화시킨 것이다. 연구실적은 서류 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4년 이내 발표된 200점 이상 이어야 하고, 주저자 논문 1편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또 국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국가지정사업 임상교수도 예외적으로 경력을 완화한다. 전임의 경력이 1년 이상이거나, 전공의 수련병원 전문의 경력이 1년 이상 있는 자가 해당된다. 이 경우 연구 실적도 완화한다. 병원은 “채용된 자는 부족한 연구실적에 대해 임용일로부터 1년 이내 보완해야 하며, 보완하지 못하면 임용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부터 자격을 상실한다”고 명시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1월 9일까지 임상교수와 진료전담교수를 포함해 101명을 채용했는데, 임상교수의 경우 임용 예정일 기준 임상강사 이상 경력 1년 이상을 보유한 자여야 한다. 또 채용 예정 진료과에 전공의 정원이 배정된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지도전문의로 근무한 경력은 임상강사 이상 직위에 해당하는 경력으로 인정키로 했다.

연구 실적은 접수 마감일 기준 3년 이내 SCIE 등에 게재·발표된 논문 실적이 200% 이상이어야 하는데, 4년제 이상 대학에서 전임교원·기금교수·임상교수로 4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3년 이내’ 라는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예외 규정을 뒀다.

충남대병원은 지난해 12월 모집에 돌입해 본원 19명, 세종충남대병원 19명을 모집 중인데 전임의 2년 이상 경력, 또는 전공의 수련병원 임상교수·진료교수 등 이상의 자격으로 2년 이상의 경력을 본다. 연구실적은 서류 마감일 기준 4년 이내 발표한 결과물이 200%~600% 있어야 한다. 주저자 또는 교신저자 논문 1편을 포함해야 한다.

전북대병원은 임상교수 12명을 지난해 12월 29일자로 모집을 완료했는데, 전임의 경력 2년 이상, 전임의 또는 수련병원 전문의 경력 2년을 봤다. 연구 실적물은 서류 마감일 기준 4년 이내 발표한 100% 이상, SCI(E)급 국제학술지 주저자로 1편 이상 등의 기준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접수를 지난해 마친 경북대병원은 본원 48명, 칠곡 분원 37명에 대해 전임의 경력 2년 이상을 제시했다.

부산대병원은 조교수·부교수·교수 모두 전문의 경력 3년 이상을 명시했으며 연구실적은 각각 3년 이내 200% 이상, 4년 이내 400% 이상, 5년 이내 500% 이상이다. 병원은 지난해 11월말 모집을 완료했다.

서울대병원의 연구실적 요구도 세부적이다. 채용 공고일 기준 4년 이내 발표한 단독연구 또는 공동연구의 제1저자 또는 책임저자 논문 2편 이상을 포함해 200점~300점의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단 후자의 경우 국제논문 2편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개원, 계약직 의사와의 연봉 격차로 이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임상교수 채용 시 연구실적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도 제기된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은 사실상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됐고 연구 자격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전임의 과정을 이제 막 끝낸 이도 그동안 논문을 얼마나 많이 쓸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이어 “인력난 심화가 가중되는 가운데 공공병원 채용 장벽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있어 병원 입장에서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의 임상 전임교수가 2019년 1906명에서 2023년 2145명으로 12.5% 증가했다. 계약직 의사는 427명에서 672명으로 57.3%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