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음주 수술ㆍ진료’ 금지 및 처벌수위 강화 추진… 의사협회 반발

- 복지부, ‘취중진료’ 금지 규정 신설 추진
- 의협 “의사 모자란 상황 고려해야” 반발

보건복지부에서 의사들의 ‘음주 진료’를 금지하는 규정 신설 및 처벌 강화 검토에 들어갔다. 의사가 취한 상태에서 환자를 수술하거나 진료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이다. 의사협회측에서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자면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사의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며 자격 정기 기간을 늘리게 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사의 진료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의료법과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음주진료 관련 내용을 함께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진료 금지에 대한 논의는 최근 경찰이 술을 마시고 환자를 수술한 의사를 입건하는 데 실패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2일 서울 한 종합병원의 20대 의사 A씨는 음주 상태로 환자를 수술하다 강동경찰서에 적발됐지만 입건은 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 상태에서의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 66조를 보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돼 있지만 ‘음주진료’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금지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음주진료가 적발되면 통상 1개월 이내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처벌마저 흔치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음주 상태로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9명에 불과하다.

복지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근무시간이 아닌 의사가 응급 상황 속 의료 인력 부족 등 이유로 급하게 지원을 나온 경우 같은 특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인 이화여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법적 제재보단 자정작용에 먼저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몇 특수한 처치와 바이탈을 다루는 필수의료진의 경우 대학병원이라 해도 분야별로 1~2명밖에 없다”며 “이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데, 퇴근 후 술 한잔 마신 상태에서 진료했다고 처벌하면 처벌받지 않기 위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입장을 종합하면 결국 의사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근무 상태가 아닌 의사도 의료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방이나 도서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시내에서조차 이미 퇴근했거나 당번이 아닌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급하게 병원의 연락을 받고 출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진료’를 금지한다면 현실적으로 대대적인 인력 부족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의사 수가 부족한 지방의 경우 한 병원에서 교수 2~3명이 번갈아가며 밤샘 당직근무를 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지방 의료계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고도로 전문적인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의료행위가 술에 취한 상태로 이뤄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화물차 운전기사의 ‘반주(飯酒)운전’도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주수술과 음주운전이 다를 바가 없다.

한편 이 같은 ‘음주진료금지법’이 도입되더라도 현실적인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법이 시행됐다”며 “의료법이 엄격하게 강화되며 의료계 불만이 상당한 가운데 추가 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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