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무산... 제22대 국회서 재도전
의료대란 속 응급의료 공백 최소화, 전담 컨트롤타워 필요성 부각
선진국 사례 벤치마킹... 효율적 응급의료체계 구축 위한 과제는?
제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응급의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응급의료 관리 전담조직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무산된 법안의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각각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립기구 출범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의 핵심은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 운영 중인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분리하여 '한국응급의료관리원'이라는 새로운 독립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완전히 독립할 경우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의료 서비스의 통합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안들은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개월간 계류되다가 제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응급의학계는 최근의 의료계 혼란 속에서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국내 유일의 응급의료 관리 조직인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해 여러 한계점을 안고 있다"며 "한국응급의료관리원으로의 승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최근의 의료 대란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의 응급환자 전원을 지원·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의 경우 2009년부터 보건부 산하에 민관 합동 연방조직인 응급의료조정센터(Emergency Care Coordination Center, ECCC)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한 메릴랜드 주정부는 1970년대 초부터 응급의료관리원을 단독 기관으로 운영함으로써 현재까지 성공적인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응급의학계는 우리나라도 독립적인 응급의료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000년 설립 이후 응급의료체계 실무 총괄, 재난 상황 대응, 응급환자 전원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면서 독자적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4000억 원 규모의 응급의료기금 운용을 둘러싼 국립중앙의료원과의 갈등, 독립성 부족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성중 센터장은 "국가 보건위기 상황마다 제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오롯이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고 토로하며, "이제는 센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률적 독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계는 제22대 국회에서 응급의료 전담기구 설립을 위한 법안이 다시 논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독립적인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설립된다면 보다 효율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중앙응급의료관리원(가칭)'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응급의료 관련 정책 수행, 전국 응급의료기관 평가 및 관리·감독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제22대 국회에서 응급의료 전담기구 설립을 위한 법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처리될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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