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내시경 치료이지만...의료분쟁에 '흔들'...의료진 "제도 개선 시급

합병증 발생 시 과도한 법적 책임... 의사들 내시경 치료 기피 우려
OECD 최저 수준 수가에 소송 부담까지... "10년 후엔 우리가 해외 의료진에게 배워야 할 것"
의료진 "환자 안전·의사 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한목소리

세계소화기내시경학술대회(ENDO 2024)에서 한국 의료진들이 내시경 치료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2024년 7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광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위원회 이사는 한국의 내시경 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부족으로 인해 의사들이 이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현대 의학에서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적 수술이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술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의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우는 현재의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술 시 발생되는 불가항력적 사고나 가벼운 합병증에 대해 의료소송이나 과도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면 의사들이 내시경 치료에 나서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환자도 치료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더했다. 그는 수술 시 합병증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변호사들과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주영 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장은 내시경 치료의 낮은 수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내시경 시술 수가는 4만원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는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내시경 치료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ENDO 2024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약 25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행사로, 특히 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IDEN 2024)와 통합 개최되어 아시아 학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내시경학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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