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냐 6월이냐"... 사직서 수리 시점 놓고 병원들 고심
"9월 복귀자만 특례" 정부 방침에 "전공의 갈라치기" 비판 고조
수도권·인기과 쏠림 우려... "지방·필수의료 공백 심화될 것"
전공의 사직 처리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이 수련병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의 모호한 지침과 '조건부' 제안으로 인해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사직 시점 결정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7월 10일 진료과장들이 모여 전공의 사직서 수리 여부 등 현안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같은 날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수련병원도 수련교육부장회의를 열어 사직서 수리 여부와 처리 절차 등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뚜렷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A교수는 "각 대학별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의료원 산하 8개 병원 수련교육부장 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대응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전공의들을 갈라치는) 비겁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일선 교수들은 9월 전공의 모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혼란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모호한 입장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사직 수리를 '병원-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로 규정하며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6월 4일'을 사직서 수리 시점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복지부의 '조건부' 제안은 수련병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가 재응시하면 수련 특례를 적용해 다른 병원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미복귀 전공의들에게는 기존 지침대로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전공·연차 복귀가 금지되며, 수련 특례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B교수는 "전공의들을 갈라 쳐서 복귀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지방에서 서울로 전공의들 이동을 유도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비정상적인 방법이라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월 사직서를 수리하더라도 (미복귀 전공의들은) 2년 동안 돌아올 수도 없다. 정부가 마치 특례를 주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국은 사직서를 수리하더라도 복귀 전공의들에게만 적용해주겠다는 거니 이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세브란스병원 C교수 역시 정부의 전공의 복귀대책을 "명백한 전공의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또 필수과에서 인기과로 전공의 이동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인기과 전공의들은 자리를 모두 채울 것 같고 만약 인기과 전공의 자리가 나면 필수과 전공의가 그 자리를 메우겠다고 자원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사직 수리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결정까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B교수는 "병원장들은 제자를 둔 스승으로서 사안을 바라볼 것인지, 병원장으로서 사직서를 수리할 것인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선 정부가 수련병원에 모든 짐을 넘겼다. 무슨 방법이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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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