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기반 지불제 도입 논란... "행위별 수가 대체 아닌 보완책"

"사망률만으로 가치 판단 우려"... 로봇수술 등 다양한 가치 고려 필요
전문가들 "행위별 수가제 한계 극복 위해 묶음수가제·정원별 지불제 검토를"
의료계 "가치 기준 모호... 정부와 의료진 간 소통·협력 절실"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가치기반 지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수가체계 혁신 방안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세 가지 보상체계 개혁방안을 발표했으며, 그 중 하나로 가치기반 지불제도 혁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와 가치기반 지불제를 동일선상의 제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불제로는 행위별수가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DRG)가 있고, 가치기반은 이에 더해 주는 것이지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가치기반 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면에는 '가치 있는 것에 더 주겠다'는 게 아니고 '가치 없는 것에 안 주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 교수는 로봇수술을 예로 들어 가치기반 지불제의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치는 너무 사망률에 맞춰져 있다"며, "로봇수술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가 큰 흉터를 남기기 싫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망률 외에도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며, 가치 판단은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01년 행위별 수가제 도입 후 20여년간 대한의사협회에 맡겼지만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료과별 의견을 모두 반영하면 현재보다 수십 배의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보상이 낮은 기피과가 생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묶음수가제를 제안했다. 그는 "행위를 쪼개면 쪼갤수록 왜곡이 분야별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시행 중인 7개 질환에 대한 묶음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묶음의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도 현행 상대가치 점수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정원별 지불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수술 등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병원에서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그에 대한 일정 부분을 공공이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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