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논란... '위험 완화' vs '책임 회피'

의사들 "필수의료 유지 위해 법적 보호 필요"... 환자단체 "현 제도 활용 우선"
법조계 "연간 형사기소 15건에 불과... 의사 특혜 우려" 지적
전문가들 "정부 신뢰 회복과 공정 보상 선행돼야" 공통 의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개최한 '의료분쟁조정' 주제의 토론회에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를 놓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의료계 측에서는 소송에 대한 위험으로 인해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곽재건 교수는 최근 사직한 전공의의 사례를 들며, 소송 위험이 필수의료 의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동맥박리 환자를 잘못 진단하면 처벌받고 수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게 너무 무섭다"는 전공의의 말을 인용하며, 이러한 위험이 젊은 의사들의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를 사직한 조강희 전공의도 소송 위험이 필수의료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예로 들며,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환자가 사망해도 의사 생활을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분쟁 해결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조계와 환자단체 측은 의료계가 무작정 형사 처벌 면제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재 마련된 의료사고 배상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분쟁 발생 확률이 높아 의사들이 기피한다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실제 형사 기소 건수가 연간 15건에 불과하며, 의료소송 민사 소송 건수도 최근 감소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법률에 따라 응급처치로 인한 손해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감면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중앙위원이자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의료계가 현행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의 보험료 인상이나 의료사고 처리 특례의 조건에 대해 의료계가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현재 상대가치점수에 반영된 위험도 수가를 의료사고 배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피해 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진실 규명, 적절한 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도 의사들이 범죄자 취급 받지 않기를 원하지만, 무엇보다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에 대한 의무적인 설명과 사과, 재발 방지책,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형사 고소까지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의대 안덕선 교수는 의료계에서 공제보험 가입 등 기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행위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도 수가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 분쟁을 다루는 데 있어 여러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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