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대응 실패로 신뢰 추락... 대의원회 비대위 구성 무산에도 리더십 회복 난항
대전협 박단 위원장 "무능" 비판하며 불신임 요구... 의협 내부 갈등 고조
김교웅 의장 "소통 가교 역할 하겠다"... 의료계 단합과 정부 협상 성과 주목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현택 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의대 증원 정책과 간호법 통과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024년 5월 31일, 의협 대의원회는 서울 용산구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이하 임총)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의대 증원 정책 저지를 위한 별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구성 안건이 논의되었으나, 결국 부결됐다. 대신 대의원들은 현 집행부에 그 역할을 다시 맡기기로 결정했다.
임현택 회장은 단식 6일째인 상태로 부축을 받아 임총에 참석했다. 그의 인사말은 사전에 녹화된 영상으로 대체됐다. 이 영상에서 임 회장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4개월간 저지하고자 동분서주 노력했지만 제 부족함으로 인해 실패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죄송하다. 어떤 따끔한 질타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부족한 모습으로 많은 우려를 받았다"며 "대한민국 의사, 의료를 위해 선명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성숙한 의협 회장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보다는 자신과 집행부를 믿고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다.
영상 인사 후 임 회장은 건강 상태 악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에 대의원들은 임 회장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임 회장에 대한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이 "무능"하다며 "함께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동의도 진행 중이다.
임 회장을 지지하는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의원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이끌던 스타일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의협 수장이 됐으니 품위 좀 지켜 달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한 대의원은 그 이유로 '임현택 집행부 책임 회피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비대위를 만들기보다 집행부를 채찍질하고 제대로 하라고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임총 후 기자간담회에서 임현택 회장과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간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공의들이다. 전공의들의 의견은 명확하고 정부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의원회가 공식석상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부의장은 비대위 구성안 부결에 대해 "집행부가 잘해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를 구성하면 집행부가 지금까지 무능했는데 앞으로 더 무능력해지지 않을까 싶어 반대한 대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층 더 분발해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대의원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교웅 의장은 임 회장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임 회장이 그간 보여온 아집 같은 면을 많이 개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이 달라지길 바라고 대의원회도 계속 주문하겠다"며 "사람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의협 회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고민하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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