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징계 검토 번복한 복지부... 의료계 "협박이 일상인가"

복지부-국방부 입장 충돌에 혼선... "협의한 적 없다" vs "협의하겠다"
의협 "땜질식 명령과 협박 남발"... 교수협의회 "환자·의료진 모두 위험"
의료계 "9·4 의정합의 파기가 신뢰 붕괴 원인"... 정부에 투명성 요구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파견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에 대한 징계 검토 입장을 밝혔다가 번복하면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8일 복지부는 처음에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자, 복지부는 입장을 번복하고 "징계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정정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방부 간의 소통 부재가 드러났다. 국방부는 "해당 군의관들은 부대복귀 없이 파견 병원 내에서 부서 조정과 타 병원 파견 조정 등을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들은 파견 명령에 따라 해당 병원에 출근한 후 병원과 업무조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 인근 혹은 개인 숙소 등에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 부처 간 혼선은 의료계의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입장문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군의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응급실 근무 명령을 내리고 저항하면 징계하겠다고 한다"면서 "의료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늘까지도 땜질식 명령과 협박을 남발하고 하루마다 말 바꾸는 정부는 정신차리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정(與野醫政)의 단일한 대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성명서를 통해 "징계로 협박하며 역량 이상 진료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가 군의관의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체보험에 가입했다는 설명에 대해 "역량을 벗어나는 의료행위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의 피해와 정신적인 충격·고통을 과연 돈으로 보상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번 의료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9·4 의정합의의 일방적인 파기로 대표되는 신뢰의 붕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대 증원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며, 정부에 과학적 수급분석 근거와 의료비용 증가 예상 규모 등의 공개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의료계 역시 국민 건강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