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급 정부 책임론" 놓고 팽팽한 대립...의료개혁 토론 평행선

정부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계 "시스템 개선이 우선"
응급의료·지역의료 해법 놓고 정부와 의료계 시각차 뚜렷
숙론 기대했던 토론회, 견해차만 확인하고 끝나

의대 교수진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의료 개혁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의대 증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역 및 필수 의료 강화 등 주요 쟁점을 논의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의료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 의료계 의견을 듣겠다고 했으나, 결국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 주도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숙론회는 기대와 달리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 측에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의료계에서는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료개혁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으로, 우리나라 어디에 살거나 병에 걸렸을 때 이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목표”라며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지역의료를 포기하고 필수의료를 하려는 의사들은 더 부족할 수 밖에 없어 우리가 의료개혁 과제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개혁 추진은 각 의료기관이 각자 기능에 맞는 환자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데 있고, 첫 단추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부터 시작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상종 구조전환이 일차의료 강화나 지역 중소병원 강화 없이 가능한지 묻는데, 반대로 상종의 현재 구조에 재정을 투자하면 가능하겠는가” 반박했다.

정 단장은 “상종 구조전환과 일차의료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며 “의료이용자(환자) 관점에서도 의료이용체계와 공급체계가 갖춰진다면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는 당연히 증가하겠지만 증가속도를 늦추고 재정 안전성을 지금보다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원)는 “말해준 부분은 많이 이해가 가나, 종병 구조만 먼저 바꿔버리게 되면 복합질환을 갖고 상종을 다니던 환자들의 거부감이 크다. 환자들은 일차 이차로 보내면 결국 다른 상종을 이용하게 돼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 문제는 상종의 환자를 뺏기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믿고 이용할 주치의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일차진료의 가장 큰 맹점은 진찰료가 낮아 오랫동안 잘 들어주면서 진찰할 수 없고, 치료에 비급여를 좀더 열심히 하는 구조로 갔다”며 “그런 부분의 가치를 높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응급의료 문제를 살피는 포인트도 정부와 의료계가 상이했다.

장 사회수석은 “전국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실도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응급실 문제는 의료개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며 “응급실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중증 환자 발생 시 배후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급 인력난이 지역은 더하고 수도권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숫자가 부족한 점은 우리가 인정을 해야할 것 같다”며 “응급에 대해서는 의료개혁을 더 많이 해야하는 이유라고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배후진료과나 응급실 의료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OECD 평균 대비 의사수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과 우리나라가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은 2008년도 정도에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있었고, 도쿄도는 병원 전 분류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발생빈도를 매우 줄였다”며 “응급질환이 생겼을 때 어떤 단계 병원이든 1시간 이내에 들어가도록 체계를 바꿨는데, 시스템 문제인지 의사수 문제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강희경 교수(비대위원장)도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어서 개혁과 증원을 했다는데, 사실 응급의학과 전문의수는 세계 탑일 것이다”며 “그 문제를 해결해주면 된다. 문제의 답은 소송이고, 그다음은 수가, 배후진료의 문제이다. 이들이 돌아오면 사실 굉장히 빨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응급의료에서 번진 의사수 증원 문제에서도 정부와 의료계간 갑론을박은 이어졌다.

장 수석은 “(의료계는) 양성된 인력을 잘 배치·배분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전문의를 따고 자기가 일할 지역이나 기관, 전공을 선택한 사람들이 수가를 조금 올려준다고 지역이나 전공을 바꾸겠는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하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골든 타임이 있으니 이런 분들(증원 의사들)이 양성될 때 필수의료에 더 투신할 여건과 양성 기간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또한 “OECD 자료를 이야기하면서 일본을 말했는데,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수가 두배인데 의대정원은 9384명이다. 우리나라가 3058명, 증원 전 기준으로 3배 정도 많은 숫자를 갖고 있다. 인구1000명당 의사수도 우리나라가 부동의 꼴찌”라며 “수가도 개선해야겠지만,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숙론회 논의를 최종적으로 못을 박은 것은 장상윤 수석의 의사수 증원에 관한 정부 입장이었다.

장 수석은 “김대중 정부 때 의약분업을 하면서 의료계와 타협해 의대정원을 351명 줄였는데, 그때 줄이지 않았다면 의대정원 문제로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며 “줄인 인원이 배출됐다면 2025년도에 7000명, 2035년이면 1만명이 됐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특히 “의사인력에 대한 수급 문제는 물론 의사 단체나 의사들이 의견을 내고 여러가지 현장에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는 있지만, 수급 문제는 결국 정부의 권한 이라기보다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상윤 수석은 이날 숙론회에서 “교육부는 의학교육 6→5년 단축안 검토를 발표한 적 없다”, “(의대증원에 반대한 단체 행동 차원의)의대생 휴학은 권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해 의료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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