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경찰, 검찰보다 의료 전문 측에서 먼저 조사해야

수사기관 대신 의료 전문가가 조사… 환자와 의료인 보호 강화 필요
일본 의료사고 조사 사례 참고, 한국에도 전문 조사 시스템 요구
의료사고 형벌화 줄여야… 정부와 의료계의 협력 필요

의료사고 고소·기소 남발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과 별도로 '의료사고 조사 기관'을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의료 전문가가 사건을 먼저 살피도록 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성신여대 법대 김나경 교수는 15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연 의료정책포럼에서 "의료사고 형벌화 개선은 환자와 의사의 상호 신뢰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의사나 의료기관을 고소하는 이유에 대해 "수사기관을 통한 증거 확보, 보복 심리, 합의 과정에서 의료인을 압박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면서 "형사 고소나 절차를 수단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의료사고와 관련해 일정 수준의 조사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판단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의료사고에서 환자는 단순히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가족이 겪은 물리적·심리적 고통에 대한 보상과 충분한 소통을 통한 감정 해소를 원한다"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의료사고 조사 제도를 예로 들어,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의료사고조사지원센터가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하고 관계자의 사정을 청취한다. 조사 결과는 병원 관리자가 유족에게 설명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는 정부 차원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의료인도 수사기관 대신 의료전문가가 우선 조사를 담당함으로써 수사와 기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의료 행위 중 발생하는 문제는 의료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사고 책임 논의에서 의료전문가의 판단과 법률가의 판단이 상이할 수 있다. 형법적 통제를 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가 환자의 침해받은 법익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의료사고 처리와 관련한 법안에 대해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의료계와 시민사회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내용이었지만, 정부도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벌화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 보완한 정부 제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제안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 형벌화를 줄이고, 의료계와 환자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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