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과실 판단 기준 강화 필요성 강조
감염 발생과 의료 과실 간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의료진의 감염 예방 조치와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 재조명
대법원이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수술 이후 부위 감염증이 발생한 환자 사례에 대해 의료과실로 확정하며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에 따르자면, 20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0월 27일 김모씨가 A병원 의사와 병원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뒤집으며,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김씨는 2018년 3월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A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추간판 돌출 재발 진단을 받은 후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 후 닷새 만에 퇴원했으나, 퇴원 후 열흘 뒤 고열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후 열흘 뒤 고열로 인해 수술 부위 감염이 의심되어 김씨는 A병원에 재입원했으며,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에 의한 척추염 진단을 받고 재수술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김씨는 수술 후 감염 발생에 대해 병원의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김씨는 A병원에서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병원 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7,4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김씨의 감염이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일종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감염의 발생 시점과 김씨의 증상을 근거로, 병원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병원 측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김씨에게 약 2,4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급성 감염이 수술 후 1~2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의 특성을 근거로 병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다. 대법원은 "수술 과정에서 감염이 직접적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김씨가 급성 감염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퇴원 시까지 별다른 감염 징후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또한 "수술 중 직접 오염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시간적 근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감염의 발생 원인이 반드시 수술 과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관리나 외부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병원균 특성상 병원 감염의 가능성은 있지만, 김씨의 감염이 의료진의 감염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사가 수술 전후에 취한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염 예방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무엇이었는지 등을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지시했다.
대법원은 의료진이 취한 모든 조치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감염 발생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추가로 고려할 수 있었던 예방 조치들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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