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의대 평가 기준 완화 추진…지역 의료 인력 부족 대책
여당, 지방 의대와 수도권 의대에 차등 기준 적용 법안 발의
의료계,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비판 여론 확산 중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 기준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차등을 두는 법률 조항이 지난 12일 입법예고됐다.
이 법안은 지역 의료격차와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평가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불공정한 조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비수도권에 위치한 의과대학이 받는 인정기관의 평가와 인증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 등 특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은 인정기관을 통해 반드시 학교 운영의 전반과 교육과정을 평가받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윤한홍 의원은 이러한 일률적인 평가 방식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사이의 인프라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기준을 강제함으로써, 지방 대학이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을 새로 설립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비수도권 소재 대학은 수도권과 달리 물적·인적 인프라가 부족해 현재의 엄격한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수도권 대학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을 다소 완화해, 지방의 의료 교육기관들이 현실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완화된 기준을 통해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 윤 의원의 입장이다.
윤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는 지역 간 의료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현실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인프라의 격차는 의사 수와 의료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들이 의과대학을 신설하거나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정책적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윤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 등 특정 학과에 대한 지방 소재 학교의 평가·인증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의료 인력의 지방 정착과 지역 의료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입법예고 이후 의료계는 즉각적인 반발을 나타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평가 기준을 달리하는 것이 자칫하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용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러한 입법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입법예고를 통해 의평원 평가 기준을 완화하려는 편법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이중적 행태에 대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 교수는 또 "의학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평가 기준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하는 것은 의학교육의 일관성과 수준을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단순히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학교육의 표준을 낮추는 것이 결코 지역 의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 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그 방식에 있어서 보다 신중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평가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지역 의료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지역 의료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이나 의료 인프라 확충 등의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는 지역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고민의 일환이지만, 그 방식에 대해 많은 논란과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지방 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법률 개정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의료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 법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조정될지, 그 과정에서 어떤 대안이 제시될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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