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이 의료진이 신장 적출 수술 중 췌장을 손상시킨 것에 대해 병원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은 이를 피하기 어려운 수술 중의 합병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서 인천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대학병원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받아들여,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한 총 손해 배상금 1,727만3,872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9월, A씨가 신장암 치료를 위해 B 대학병원에서 좌측 신장 적출술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수술 중 의료진은 A씨의 췌장의 일부(20~30%)를 손상시켰고, 이에 대해 A씨는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 병원은 수술 과정에서 췌장의 손상은 '합병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B 병원 측은 A씨의 왼쪽 신장은 다른 장기와 혈관에 매우 인접해 있어, 수술 중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인접 장기 손상의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술 전 영상의학 검사에서 췌장의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신장 적출 과정에서 췌장의 손상은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병원과 달랐다. 재판부는 췌장을 절제해야 할 "부득이한 이유"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상된 췌장의 용적이나 발생한 손상 비율을 고려할 때, B 병원의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장액이 누출되고, 감염이 발생해 복막염에 이르렀으며, 추가적으로 배액관 삽입술과 같은 추가 치료가 필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예상보다 71일이나 더 입원해야 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병원 측에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한 총 1,727만3,872원을 손해 배상금으로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