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 발의한 응급의료 국가 보상법 개정안, 국회 법안심사 1소위 통과 실패
의료계는 찬성, 환자단체는 형평성 문제 제기하며 반대…사회적 합의 미흡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재정 부담과 합의 필요" 신중한 접근 강조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보상하는 정책이 '분만' 영역에서만 한정되고,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에서 응급의료를 이 정책에 포함하려는 법안이 첫 단계에서 좌절되면서, 의료계와 환자단체 간의 입장 차이와 사회적 합의의 부재가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혁신당 소속 이주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응급의료 패키지법'의 일환으로, 응급 상황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대상을 소아 의료사고로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으며, 이번에도 응급의료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법안 심사 첫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개정안은 응급상황에서의 의료사고 피해에 대해 국가가 보상함으로써, 응급의료 분야에서의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의료 체계를 확립하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이주영 의원은 "응급의료는 의료공백과 진료 수요 감소, 의료 소송 부담 등으로 전문의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원회 이지민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에 앞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100% 국가 보상제도가 실현되기까지 오랜 논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 보상사업 적용 대상을 정할 때 진료과목의 범위, 중대한 사고의 기준, 적정 보상 수준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응급 상황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전반에 대한 국가의 책임 정도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또한 "대한응급의학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응급의료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 유형과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역시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기재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은 분만과 같은 특수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의료인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직접 보상이 아닌 기존의 책임보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내년부터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과목 의료진에 대해 책임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이 응급의료까지 확대된다면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와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진들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부담을 덜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의료 분야에 한정해 국가가 보상을 한다면,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재정 부담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응급의료뿐만 아니라 다른 필수 진료과목도 포함해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들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대상을 특정 영역에 한정하는 것이 아닌, 보다 포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응급의학과와 관련된 중재원 감정 완료 건수는 연평균 45건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응급의료에서의 의료사고 발생 빈도와 그 결과에 대한 국가 책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법안은 첫 단계를 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번 법안이 첫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의 확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부족과 재정적 부담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급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의 부족과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정적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의료사고 보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정부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다 공정하고 실질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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