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시 최대주주 지분 매각 의무…오버행 이슈로 주가 부담 가중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지주사들도 자사주 소각에 제약…주주가치 제고 어려움
금산분리 완화 논의 있지만,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 문제와는 거리 있어
삼성전자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제하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이슈가 발생하며 주가 상승 동력이 저하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일부 금융지주사들에도 동일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9일 5만6,300원으로 마감하며, 전날보다 0.71% 하락했다. 지난 15일, 향후 1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삼성전자 주가는 이틀간 13.19% 급등하며 '4만전자'에서 벗어나 한숨 돌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 오버행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물량을 줄일 수 있고,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린 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의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즉,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필연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문제로 이어지며, 이는 오버행 이슈를 유발해 주가 상승을 제한하게 된다.
또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매각 시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각이 임박한 상황에서 오버행 이슈가 주가에 부담을 주게 된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밸류업 계획을 신중히 추진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자사주를 매입해도 소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제약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금산분리에 의한 이 같은 밸류업 장애는 은행지주회사에서도 발생한다. JB금융지주는 지난해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그중 200억 원을 소각했지만, 추가 매입과 소각에 대해선 신중한 고민이 필요했다.
2023년 9월 기준 JB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삼양사의 지분율은 14.75%였다. 만약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대주주 지분율이 15%를 초과하게 되는데, 이는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지방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저촉된다.
DGB금융지주도 비슷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DGB금융의 최대주주인 OK저축은행은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다.
지방은행지주회사일 때는 15%까지 지분 보유가 가능했으나, 시중은행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지분 보유 제한이 10%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DGB금융지주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자 하지만 소각을 하려면 지분율 변동에 대한 신중한 계산이 필요하다.
금산분리 규제가 기업들의 밸류업을 저해하는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현행 규제의 중심은 금융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는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하는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기업들이 겪고 있는 밸류업의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와 여러 금융지주사들은 금산분리 규제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데 제약이 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규제의 완화나 개선이 없으면, 밸류업을 위한 자사주 소각은 오히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촉발시키고, 이로 인해 오버행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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