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시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직역단체 간 쟁점이 되었던 구체적인 조항에 대해 정부가 여전히 명확한 내용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간호법 시행을 위한 세부 사항, 특히 의료기사와의 업무 중첩 문제나 간호사의 업무범위 한계와 같은 부분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간호법 시행 관련 정부의 준비 사항에 대해 복지위 의원들이 더 구체적인 보고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신당의 이주영 의원은 정부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계획에 불과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큰 사회적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세부 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고서에는 그저 좋은 말만 써놓았을 뿐, 어떤 것이 진행됐고, 예산이 얼마나 충원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특히, 간호법 시행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시범사업과 맞물리면서 수도권 병원 여러 곳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주요 대학병원들이 전담 간호사로 인력 구조를 대체하면서 기존 간호사들이 위험이 큰 업무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법 시행 시점이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넘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향후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주영 의원은 "법을 중간중간 수정할 여지를 둬야 한다"며 보다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김미애 의원은 정부의 구체적인 보고보다 현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법 시행의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간호법은 각 의료인들이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원만히 협의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 업무 중첩과 그 한계를 어떻게 정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은 간호법 시행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단체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마련한 것을 언급하며, "중간에 세부적인 것을 일일이 보고하는 것은 오히려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완결성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규홍 장관은 현행 상황에 대해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대한간호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간호조무사 응시 자격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법과는 별도로 의료계의 또 다른 뜨거운 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국혁신당의 김선민 의원은 "간호법도 중요하지만,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현재 가장 큰 이슈"라며, 이 부분에 대해 국회에 제대로 된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음 회의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국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회의에서 나타난 의원들의 비판은 간호법 시행이 단순한 법안 통과가 아닌 의료체계의 실질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회의와 논의를 통해 정부가 얼마나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