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유통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을 것을 처방한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해당 사건은 의료인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사안으로, 법원은 공공의 안전을 위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9년 6월 14일 입원환자인 B씨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정 2mg 3정을 처방했으며, 이에 따라 1개월 15일의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A씨가 이전에도 수차례 유사한 행동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했다. A씨는 2018년 6월 11일부터 2019년 4월 6일까지 총 10명의 입원환자에게 24회에 걸쳐 총 104정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한 약품은 모두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로 인해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판단하고, 1개월 15일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A씨는 이번 처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법정에서 "디아제팜정은 자주 처방하지 않는 약이었기 때문에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못한 단순한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해당 약물을 처방한 것은 8개월 만의 일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며, "환자에게도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고, 본인 역시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변론했다.

또한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실수에 대해 과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부당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의약품의 처방과 사용을 책임지는 의사가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경과한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A씨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

법원은 "의사는 환자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과 직업 윤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처방한 약물이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중독성과 남용의 위험이 있어 특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재판부는 "A씨가 약 10개월 동안 10명의 환자에게 총 104정에 달하는 많은 양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및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그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약물들은 엄격한 취급과 관리가 요구되는 약물이며, 사용기간 또는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법률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법원의 판단을 바꾸지 못했다. 재판부는 "설령 고의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행정법규를 위반한 경우에는 제재가 부과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A씨가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향정신성의약품을 20회 이상 처방하면서 유효기간 경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A씨가 해당 사건으로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에서 절반을 감경한 것"이라며 "이 처분이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통해 의사로서의 관리 책임과 공공의 신뢰를 강조했다. "의사는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공공의 안전을 위한 의료인의 높은 윤리적 기준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