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관찰, 예측 못한 뒤 뇌동맥류... 법원, "의료진 책임 아니다"

뇌동맥류 재발 여부 예측 어려워... 법원, 의료진 책임 인정하지 않아
환자 측 손해 배상 청구 기각... 법원 "새로운 뇌동맥류 발생과 의료진 의무 소홀 인과관계 없다"
설명의무 및 경과관찰 의무 위반 여부 불인정... 의료 현장의 의학적 한계 인정

뇌동맥류 치료 후 꾸준히 경과관찰을 받던 환자가 10년 뒤 반대쪽에 새로운 뇌동맥류가 발생하자 병원과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으며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병원 의료진에 대해 제기된 7000만 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의료진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치료 후 꾸준한 경과관찰에도 새로운 뇌동맥류 발생


환자 A씨는 지난 2011년 우측 내경동맥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진단받고 B병원에서 코일 색전술 시술을 받은 후, 이후 주기적으로 B병원 신경외과를 방문해 경과를 관찰해 왔다. 특히 2015년 10월 뇌혈관 조영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뒤에도 2021년까지 꾸준히 경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A씨는 극심한 두통과 오심 증세를 느껴 B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당시 뇌혈관 조영검사를 통해 좌측 뇌경동맥에 파열된 새로운 뇌동맥류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의료진은 즉시 코일 색전술과 뇌실외배액술을 실시했고, 이후 10월에는 뇌실복강단락술 치료를 통해 의식이 호전된 상태에서 퇴원했다. 그러나 현재 A씨는 지주막하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복시, 외사시의 안구 운동 제한, 기억력 및 인지 기능 저하를 겪고 있는 상태다.

환자 측, 의료진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


이에 환자 A씨는 병원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고, 뇌동맥류 추적검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A씨 측은 "B병원 의료진은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통해 새로운 뇌동맥류가 발생하는지 세심히 관찰했어야 했으나, 2015년 10월 이후로는 뇌혈관 조영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진은 환자가 추적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뇌영상검사와 뇌혈관 조영검사에 대한 필요성, 검사 방법 및 시기,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했으나 이를 소홀히 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법원, 의료진의 책임 없음 판결... 추적관찰 소홀과 인과관계 단정 어려워


법원은 이러한 환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병원 측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나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새롭게 발생한 뇌동맥류의 경우 의료진이 예측해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재발성 뇌동맥류는 첫 수술 부위에서 재개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첫 수술 당시 뇌혈관 조영상에서 관찰되지 않은 새로운 부위에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발생과 파열 시기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환자 A씨가 2021년 응급실을 찾기 전에 뇌혈관 추적검사를 받았더라도, 해당 시점에 새로운 뇌동맥류가 발생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우며, 설령 추적검사를 했더라도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료기록감정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2015년 이후 뇌혈관 조영검사를 하지 않은 것과 새로운 동맥류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도 인정되지 않아


재판부는 의료진의 설명의무나 요양방법지도의무(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는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해 벌어졌을 때 가능하지만, A씨의 새로운 뇌동맥류는 병원 의료진의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이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요양방법지도의무 측면에서도 새로운 뇌동맥류는 지난 2011년에 받은 코일 색전술의 후유 질환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부위에서 새롭게 발생한 뇌동맥류"라는 점에서 요양방법지도의무 위반 역시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환자의 손해 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병원 운영 측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와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


이번 판결은 의료진이 뇌동맥류 치료 후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위에 새롭게 발생한 뇌동맥류에 대해 의료진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뇌동맥류와 같은 질병의 발생과 파열은 의학적으로 예측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주요 판단 근거였다.

또한, 의료진의 설명의무 및 경과관찰 의무에 대해서도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판결이었으며, 이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의무를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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