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
"현 정부는 태도를 바꿀 기미가 없어"
올바른 의료 시스템, 의사도 존중 국민도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로
오늘 2일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출마를 결정하고 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며 의협 회원들에게 '출마의 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14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수호 인사드립니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에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근거도 없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갑자기 추진되면서 전공의들은 병원을 사직했고, 학생들은 휴학까지 불사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내던졌습니다. 이로 인해 당장 내년에는 새로운 의사도 새로운 전문의도 거의 배출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 발생이 확정적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의료계 위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의 유지도, 정상적인 의학 교육도 불가능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는 전혀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의협의 강력한 리더십과 능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의협이 직면한 혼란을 정리하고, 모든 의사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정부에 맞서면서 대한민국 의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의협회장 선거에 나서고자 합니다.
이번 투쟁에 대한 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이번 투쟁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나서면서 시작되었고, 그들에 의해서 현재까지 투쟁 대오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의협회장에 당선된다고 해서 전공의와 학생들을 회장 산하에 끌어들여 좌지우지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도 그랬습니다. 그때 역시 투쟁의 선봉에는 전공의들이 있었고, 협상 국면에서도 전공의들이 의쟁투와는 별개로 자신들이 직접 정부와 협상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들의 뜻대로 해주었습니다.
의협과 상관없이 전선이 형성되고 전투에 회원이 참여했으면 의협 지도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들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과거 의쟁투와 마찬가지로 이미 전장에 참여한 회원들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약 회장이 감옥을 가야 한다면, 명예롭게 생각하며 그 길을 기꺼이 가겠습니다.
저는 외과 개원의로 생활하면서 어느 누구보다 먼저 대한민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신껏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의사들의 미래를 위해서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에 나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속에서 의쟁투 대변인을 맡으면서 의료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의쟁투 대변인을 거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제35대 의협회장이 되었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는 의협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제 입으로 제가 한 일들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것만은 자랑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의협 외곽에서 조직 유지에 힘들어 하고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협 회관으로 들어와 자리 잡을 수 있게 하였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안정적으로 회비 수입을 확보하여 튼튼한 조직이 갖추어질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회원 권익을 위해 이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인생에 걸쳐 속죄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2016년 저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었고, 이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먼저 저의 잘못으로 인해 명을 달리하신 망자와 유족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사건은 저의 인생에서 가장 죄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입니다. 저는 단 한 순간도 그날의 과오를 잊거나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사고 후 저는 저의 과오를 모두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망자의 유족들께서는 저의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주었고, 저는 최종적으로 금고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저는 저의 과오를 평생에 걸쳐 뉘우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 한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습니다. 제가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만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평생에 걸쳐 잘못을 반성하며 조용히 살아야 할 제가 다시 여러분 앞에 나서게 된 이유는, 후회와 죄책감 속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보다 제 몸하나 불사르더라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의사들의 미래와 대한민국 의료에 보탬이 되는 것이 제대로 된 속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러한 진심이 모든 회원들께 전달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14만 회원 모두가 저의 진정성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의료계 일을 하면서 단 한번도 제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일한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자가 되어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 후배들이 제 주변에 모여든 것은 그들이 이러한 저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제가 과거 수탁검사 업체의 대표를 맡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제가 수탁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고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SNS를 통해 밝혔지만 수탁고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위수탁기관간 자율적 상호 정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의사의 이익, 의사의 권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거짓되고 허황된 유언비어를 퍼트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허수아비를 내세우려는 자들이야 말로 의료계의 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의료계 내부에서 단합을 해치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이를 자중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저 주수호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의료계 내부 어느 곳에서라도 전체의 대오를 무너트리는 목소리가 나오면, 소통과 설득을 통해 이를 잠재우고 모두가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제 주변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습니다. 의협의 회무는 회장 혼자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회장 자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회장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한가지는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인재들을 끌어안고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회장의 자리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회장이 적응하기를 기다릴 여유는 없습니다. 이에 회무에 대한 경험이 있고, 선거 이후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회장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과 연륜만이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
20여 년 전 이 땅에 올바른 의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앞장섰지만, 제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 인생의 마지막을 의사가 의사 답게 살 수 있고, 국민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올바른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바치고 싶습니다. 제가 이른 나이에 의협회장이 되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저에게 의협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번도 정치권에 기웃거린 적이 없고, 오로지 의료계의 발전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만 일해왔습니다.
저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기에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할 것이 없습니다. 저의 젊음은 의사들의 권익을 지키고,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바쳤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가 생각하는 정상적이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의 정착은 대한민국에서 요원하기만 합니다. 저는 올바른 의료 시스템이 구축되어 의사가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국민도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의 마지막 도전에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회원 여러분들께서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면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목표를 이루어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2월 2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
주수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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