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급여 진료비 조정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
보험사, 환자에게 과다 청구한 보험금 3억 원에 대해 배상 청구
의료기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유로운 가격 책정 인정
대법원이 실손보험 대상이 아닌 검사비를 대폭 올려 환자에게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게 만든 의사의 행위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보험사가 안과 의사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보험사는 A씨가 환자에게 '백내장 검사비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단초점 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반면,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수술 전 필요한 3종 검사비와 인공수정체의 비용이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의 진료비는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왔으나, 2016년 표준약관 개정으로 인해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면책 사항에 포함되어 보험금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개정 이후, 많은 국내 안과의원들은 실손보험의 대상이 아닌 다초점 인공수정체 가격을 내리고, 대신 3종 검사비를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조정했다.
A씨가 운영하는 안과의원도 표준약관 개정 전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가격을 100만160만 원, 3종 검사 항목 중 하나인 눈 초음파 가격을 40만45만 원 받았다. 그러나 약관이 개정된 이후, 인공수정체 가격은 60만 원으로 내리고, 눈 초음파 가격을 135만 원으로 올리며, 3종 검사비는 최대 305만 원을 받았다.
보험사 측은 A씨가 환자에게 허위 진료비를 제출하도록 만들어 보험사를 기망하거나, 적어도 환자가 보험금을 편취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주장하며, 보험사 측이 지급한 보험금 3억 원에 대해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A보험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A씨에게 2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진료비를 조정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사적 자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이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항목의 비용을 정할 때, 실손보험 보험자의 손익을 고려해 금액을 정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만한 법률 관계는 없다"며, "피고와 피보험자들의 행위가 공동불법행위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에 대해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실손보험의 적용 범위와 관련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의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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