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 진료실에서 치료를 빨리 끝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10여 분 동안 진료실을 점거하며 치과의사에게 욕설과 협박을 한 환자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지방법원 제4-2형사부는 최근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8월과 202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치과의원 진료실을 점거해 소란을 일으킨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첫 번째 사건 당시, 진료가 끝난 후 약 11분간 진료실을 떠나지 않고 소란을 피웠으며, 치과의사 B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오늘 안 해주면 안 간다", "이 개XX가, 확" 등의 폭언을 하며 진료실을 점거하고 진료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XX, 개XX들 70만 원이나 받아먹고"라며 욕설을 하고 진료실로 들어가 "죽이겠다"는 협박적인 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의료법상 '점거'에 해당하지 않으며, B씨가 실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사건에서 A씨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 의료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았지만, 옆 자리에 있던 다른 환자의 치료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대기실에서 다른 환자도 없었다고 밝혔다.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초반에 의료진과 몇 마디 주고받은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며 특별히 진료를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A씨가 몸을 붙잡는 B씨를 살짝 뿌리친 모습만 보였고, 의료진에게 물리적인 위력을 행사한 증거는 없었다.

두 번째 사건에서도 A씨는 대기실에서 원장 B씨와 언쟁을 벌이다 진료실로 들어갔지만, 당시 B씨는 다른 환자를 치료하지 않았고 의료행위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협박 행위가 의료행위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언성을 높인 이유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진료기록부 교부와 인수인계를 요구했지만, 의원 측에서 미납 치료비 등을 이유로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XX, 죽인다"는 언사를 했다고 해서 이를 협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A씨의 과격한 언행은 당시 치료가 진행되지 않고, 미납 치료비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박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언행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A씨의 행위가 법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으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점거'에 해당하고, 진료시간 중에 큰 소리로 욕설을 하여 다른 환자가 병원 이용을 거부하는 등의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치료실로 들어오는 다른 환자나 직원의 출입을 방해하지 않았고, 다른 환자의 치료에도 방해되는 발언이나 행동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A씨가 진료실에서 사실상 물리적으로 지배했거나 진료 방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치료를 마쳐달라는 취지로 욕설을 하고 언성을 높인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위력행사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