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업무상 과실 인정하며 환자에게 6천여만 원 배상 명령
형사와 민사 사건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 증명 수준의 차이 강조
수술 부작용과 관련된 의료인의 과실, 민사에서 인정된 사례
최근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 부작용으로 고소를 당한 사건에서, 그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벗었지만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민사와 형사 사건이 다루는 의사의 과실과 환자 피해 간 인과관계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유방확대술 부작용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성형외과 전문의 D씨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병원장 E씨와 공동으로 환자 A씨에게 6,156만2,195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 10%도 부담하도록 했다.
이 사건은 환자 A씨가 2015년 12월 B병원에서 밑선 절개방식 유방확대술을 받은 뒤 발생한 염증 반응으로 약 4개월간 치료를 받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증세가 계속되자 A씨는 2016년 5월 C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고, 2017년 3월 세균배양검사와 결핵균검사를 통해 비결핵성 항산균인 마이코박테리움 포르투이툼이 검출되었다.
A씨는 이 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약물 또는 감염 관련 관절통 의증으로 추정진단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진행한 B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D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비결핵성 항산균에 감염됐다고 주장하며, B병원 원장 E씨와 함께 위자료 2억 원을 포함해 5억3,963만8,349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D씨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했다.
2024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환자 A씨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병원 원장과 D씨가 위자료 3,000만 원을 포함해 환자에게 6,176만9,281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소송 비용 10%를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법원은 수술 과정에서 D씨가 감염 예방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으며, 이로 인해 환자가 비결핵성 항산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술 이후 치료 과정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감염 발생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인정했다.
이 판결에 대해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환자 A씨는 위자료가 5,000만 원 추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B병원 측은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B병원 측은 또한,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자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원 측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성형외과 감정의가 "술기상 부주의를 추정할 부분이 없고 수술이 적절히 진행되었다"고 평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감염내과 감정의는 "염증 발생에 수술 외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D씨의 술기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B병원 측은 D씨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의 고소를 받고 수사를 진행한 후, "A씨가 수술로 감염됐고 D씨의 부적절한 조처로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을 냈고,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D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A씨의 항고도 기각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D씨가 유방확대술 시술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고, A씨의 감염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추정했다. 재판부는 "성형외과 감정의는 성형외과적 측면만 고려한 답변이었으며, 감염내과 감정의는 A씨가 유방확대술 시술이나 그 후 소독, 치료 과정에서 비결핵성 항산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명확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민사 재판에서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에서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1심 판결에서 위자료가 적다는 환자 측 주장과 과도하다는 병원 측 주장은 모두 기각됐다. 이 판결은 2023년 8월 전신마취 환자 사망 사건에서 대법원이 환자 측 증명 책임을 완화한 판례를 따랐다.
대법원은 민사 재판에서는 의사의 과실과 환자 피해 간 인과관계를 '개연성'만 증명하면 된다고 판단했으나,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민사 재판에서 과실을 인정한 이번 사건은 환자에게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과로 이어졌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하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