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진들이 "복귀 결정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며 이를 억압하면 투쟁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18일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우리의 현주소; 의료시스템 수행지표의 팩트 검토' 토론회에서 최근 의대생과 전공의의 집단휴학 및 사직 문제를 두고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의학과)와 강희경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복귀를 원하는 동료를 막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우리가 비판한 것은 복귀를 원하는 동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부의 행태였다"며 "투쟁은 반드시 자발적이어야 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순간 투쟁은 그 가치를 상실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어 "개인의 결정을 억압하는 강압적 행동은 폭력이며, 이는 의료계 내부 갈등만 키운다"고 지적하며,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자유를 존중해야만 의미 있는 투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희경 교수도 "기성세대가 충분히 좋은 수련 환경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돌아오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서로가 선택한 결정을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곽재건 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투쟁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의 무게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장에서 벗어난 투쟁의 효과는 분명 강력했지만, 의료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엄청난 책임감과 압박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교수들이 힘드니까 돌아오라는 게 아니라, 지금의 구조는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운영되도록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의사들이 투쟁의 수단을 잃고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인 전공의·의대생의 존재 가치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부 전공의가 교수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교수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며 메스를 드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곽 교수는 "서로의 역할과 노력을 무시하지 말고, 생명을 다루는 책임감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간과되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하 교수는 "지금 논의가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에만 집중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의료진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사명감만으로 지속되는 상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특히 정부가 의사 복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병원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과 인프라 투자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간 자본 중심의 병원 구조에서는 필수의료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며 "정부는 국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병원 인프라 투자와 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