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진정제 투여 자체는 적절, 그러나 경과관찰 소홀 책임 인정"
산소포화도 저하 늦게 발견한 의료진 과실 인정…70% 책임 제한
의료계 "진정 시술에 현실적 어려움 커…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도
소아 백혈병 환자가 진정제를 투여받고 검사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해당 대학병원 측에 약 4억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약물 투여 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최근, 소아 환자 A군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학병원 측이 유가족에게 3억9천여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A군은 지난 2014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아오던 중 2017년 11월 고열로 대학병원에 재입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백혈병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골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검사 과정에서 담당 전공의는 A군에게 진정제를 투여했으며, 약물 투여 후 약 5분이 지난 시점에서 산소포화도가 8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후 응급처치를 진행했으나 A군은 결국 다음날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의료진이 소아 진정 절차를 위반했으며, 시술 당시 필요한 응급처치 장비가 없었고, 의료진 역시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며 병원의 과실을 주장했다.
반면 법원은 진정제의 종류와 투여량은 적절했고, 응급장비의 위치가 근처에 있어 즉각 대응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시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시술 당시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의료진이 실시간 경고음 기능을 꺼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백혈병 치료 종료를 앞두고 특별한 합병증 징후가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부주의가 사망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진이 뒤늦게나마 저산소 상태를 발견하고 즉각 응급처치를 실시한 점 등을 참작해 병원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진정 시술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안전한 진정 시술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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