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0개월간 시범 운영…참여 병원엔 정원·평가 인센티브 제공
근무시간 72시간·연속근무 24시간 제한…최대 예외 8시간까지 허용
의학계 “수련 질 저하 우려…현장 여건에 맞는 운영체계 병행돼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의 과도한 근무시간을 줄이고 적정한 수련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오는 5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그러나 수련 기회 축소에 따른 교육 질 저하 우려도 제기되며, 의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는 15일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련병원을 오는 2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주당 근무시간을 평균 72시간 이내,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응급상황이나 인수인계, 교육 목적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당 최대 8시간, 연속근무 최대 4시간까지 예외를 허용한다.
이번 사업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10개월간 진행되며, 필수 진료과목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중 최소 2개 과를 포함해야 한다. 다른 진료과도 병원 자율로 추가 참여가 가능하다.
복지부는 참여 병원에 대해 전공의 정원 추가 배정이나 구조전환 지원사업 평가 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각 병원은 수련부가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진료과별로 조정된 근무시간에 맞춰 수련 운영을 진행하며 이를 복지부에 보고하게 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도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국제적으로 비교해 근무 시간이 길고, 이로 인해 전공의 번아웃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전공의법 개정에 앞서, 실제 수련 환경에 적합한 제도 정착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는 목적도 포함된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수련 기회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수련 프로그램은 주당 80시간을 기준으로 구성돼 있으며, 수련 시간이 줄어들 경우 실습과 술기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은 필요하지만, 법정 한도는 현행 주 80시간을 유지하고, 연속 근무시간만 기존 최대 36시간에서 28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진료 현장에서의 충분한 경험이 핵심인데, 수련시간만 단축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근무시간 감축은 오히려 수련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은 전공의의 근무 부담을 줄이고 필수의료 인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교육 현장의 구조적 개선과 병행되지 않으면 단순한 시간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와 정부가 수련의 질과 수련생의 권익을 동시에 보장하는 해법 마련에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가 제도의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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