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 제도 위기… '의대생의 80% 이상이 현역'으로 밝혀져

의료정책硏 보고서, 인력 감소 원인 진단…공보의 제도 개편 필요성 제기
복무기간 24개월로 줄이면 지원율 90% 이상 급등 가능성
근무환경 개선·법적 보호 강화 등 구조적 처방도 병행돼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의 존립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의과 공중보건의사 감소 대책 및 복무기간 단축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 복무와 열악한 처우가 신규 지원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는 공보의 320명,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함께, 공중보건의사 운영 이사회 소속 인사들과의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통해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책임은 이성환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이 맡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보의의 대다수는 복무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인력 증원이 업무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0%를 넘었으며, 복무기간 단축(97.2%)과 급여·수당 인상(98.4%), 법적 책임 완화(95.6%)가 개선 과제로 꼽혔다. 희망 복무기간으로는 ‘12~18개월’이 가장 많았고, ‘24개월 이내’가 주요 기준으로 나타났다.

공보의의 배치 정책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57.8%)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주요 이유로는 의료 장비 부족, 인력 배치의 부적절성,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업 부재 등이 지적됐다. 또한, 응답자의 89.1%는 공보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진료와 보건사업의 분리,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 설문조사에서도 군 복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복무기간’이 가장 큰 걸림돌로 나타났다. 복무기간이 현재처럼 장기화될 경우, 군의관이나 공보의 대신 현역병으로 입대하겠다는 응답이 무려 83.4%에 달했으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면 공보의 지원 의향이 8.1%에서 94.7%까지 폭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층면접에서는 지역별 의료 인프라의 격차가 공보의 업무 적절성과 직무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은 ▲보건사업 전담 공보의 도입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복무 중 경력 인정 및 전역 후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공보의 제도가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 수요를 충당하고, 감염병 대응 등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인력 감소와 업무 과중, 배치 체계 미비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규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한 처우 문제를 넘어 ▲근무환경 악화 ▲장기 복무에 대한 부담 ▲현역 복무 선호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공보의 제도 개편을 위한 핵심 해법으로 복무기간을 2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고, 급여 현실화 및 법적 책임 완화와 같은 처우 개선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보의 배치 적정성을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조직으로 ‘공중보건의사 배치적정성위원회’ 신설도 제안했다.

또한, 민간 의료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공보의 역할을 감염병 대응, 만성질환 관리, 건강증진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교육 및 제도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구진은 “복무의 다양화와 전문화가 공보의 제도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가 될 것”이라며, “지역 연계 시스템과 복무 이후 경력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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