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심, 침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IMS시술을 침술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 대법원, 시술 도구 및 방법에 있어서도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 판단
10년째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신경근육자극술인 IMS(Intramuscular Stimulation)에 대한 판결이 다시 한 번 ‘파기환송’되면서 이 재판의 결말에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IMS 시술 부위는 한방 침술행위의 시술 부위에 해당하며, IMS 시술용 침 또한 한방 침술에서 널리 사용되는 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1심과 2심에서 의사의 IMS 시술행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한 것을 대법원이 ‘파기환송’시키자 법원은 이를 다시 ‘무죄’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을 재심리하라고 또한번 파기환송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사건 개요는?
이번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 A씨는 자신의 의원에서 한의사가 아님에도 디스크, 어깨 저림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에게 허리 부위 근육과 신경 쪽에 30mm부터 60mm 길이의 침을 꽂는 방법으로 시술해 한방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이에 A씨는 “IMS 시술을 한 것이지, 한방의료행위인 침술을 시술한 것이 아니어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의견이 갈리는 IMS 시술
IMS 시술이 한방의료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에서도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고, 양의학계와 한의학계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양의학계는 IMS 시술이 현대의학인 해부학과 생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고, 미국에서 개발된 통증치료 시술이기 때문에 한방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의사들은 IMS 시술이 한방의료행위 일종인 침술이라고 주장해왔다.
◆ 무죄를 선고한 1심, 2심
원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IMS 시술이 한방의료행위인지 여부는 의학계와 한의학계가 서로 첨예하게 의견 대립을 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에서도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한방의료행위인 침술을 시술했다거나, IMS 시술이 한방의료행위이므로 의사가 시술할 수 없는 한방의료행위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했는데, “IMS시술과 침술행위 사이에는 침이라는 치료 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이론적 근거나 시술 부위, 방법 등에서 구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침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IMS시술을 침술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대법원에서 뒤집어진 판결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A씨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판결은 여기서 뒤집혀졌다. 대법원에서 원심의 결정을 뒤집고 이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은 “IMS시술이 침술행위인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이와 구별되는 별개의 시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IMS시술행위의 구체적인 시술방법, 시술도구, 시술부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개별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등에 부합하게끔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IMS시술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기록상 A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환자의 어느 부위에 시술했는지 관해 제대로 알 수 없고, A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한 증인은 ‘한의원에 침을 놓는 것과 똑같이 한다는 환자의 제보를 받았고, A씨의 병원에 방문했을 때 실제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침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A씨가 행한 구체적 시술방법, 도구, 부위 등에 관해 면밀히 심리해 A씨의 주장이 이 사건 IMS시술이 침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한다”며 “원심은 단지 IMS시술을 한방 의료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고, 이는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 또 한번 무죄를 선고한 법원
이렇게 부산지방법원으로 되돌려진 사건은 이례적으로 다시 한번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을 때는 원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대부분 유죄로 선고되는 편이지만 이번 케이스는 달랐던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는 시진, 문진, 촉진 등의 이학적 검사를 통해 환자가 통증을 느끼고 있는 허리 부위에 각 2대의 침을 놓았고, 침이 꽂혀 있던 부위는 통상적으로 IMS에서 시술하는 부위인 통증유발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침이 꽂혀 있던 방법도 하나의 바늘이 통증유발점인 근육 부위에 깊숙이 삽입하는 방법으로 꽂혀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시술부위가 경혈에 한정되고 경혈부위에 따라 나란히 또는 한 부위에 몇 개씩 집중적으로 꽂혀있고 피부표면에 얕게 직각 또는 경사진 방법으로 꽂혀있는 침술행위의 자침방법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한방에서는 경혈에 침을 놓기 위해 주로 짧은 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A씨는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단축 또는 연축된 근육 또는 그 속에 있는 신경부위를 자극하기 위해 주로 30mm 내지 60mm의 IMS 시술용 침과 plunger를 사용했다”며 “A씨는 전기자극기를 사용해 삽입한 침에 전기자극을 가해 치료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시술한 부위는 허리 부위로 통상적인 IMS 시술부위라고 볼 수 있고, 디스크, 어깨 저림이 IMS시술에 적합한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병증(적응증)이라고 볼 수 있다”며 “A씨는 대한IMS학회에서 실시한 IMS정규강좌를 수강했지만 한의학적 이론이나 경혈이론은 알지 못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 대법원, 또 다시 파기환송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검찰 측은 다시 재상고했고, 재상고된 사건을 두고 오랫동안 숙고한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단을 내린 지 약 7년만이다. 두 번째로 이뤄지는 결정인 탓에 대법원은 판결문에 추후 판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를 내놨다.
대법원은 “IMS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침을 이용해 행해지는 침술 유사행위가 그 실질에 있어 무면허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의학적 침술행위의 전통적 의미와 본질 및 그 현대적 다양성,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과 지식의 습득을 거쳐 면허를 받은 의사 또는 한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정식의 의료행위나 한방의료행위의 의미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허리 부위에 30∼60㎜ 길이의 IMS 시술용 침을 근육 깊숙이 삽입하는 방법으로 꽂은 후 전기 자극기를 사용해 전기자극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술했다”며 “A씨가 시술부위를 찾는 이학적 검사의 과정이 침술행위에서 침을 놓는 부위를 찾는 촉진의 방법과 어떠한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지 알기 어렵고,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 유사한 측면만 보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침술행위에서 침을 놓는 부혈위는 경혈에 한정되지 않고, 경외기혈, 아시혈 등으로 다양하며, 특히 아시혈은 통증이 있는 부위를 뜻하는 것으로, IMS 시술부위인 통증 유발점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가 환자들에게 시술한 부위는 경혈 그 자체는 아니라 하여도 경외기혈 또는 아시혈 유사의 부위로 전통적인 한방 침술행위의 시술부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침술의 자침방법에는 피부 표면에 얕게 꽂는 방법뿐만 아니라 근육 깊숙이 꽂는 방법도 있고, A씨가 이 사건 시술행위에 사용한 30∼60㎜ 길이의 IMS 시술용 침은 한의원에서 침술의 시술을 위해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호침과 그 길이, 두께 재질 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시술 도구 및 방법에 있어서도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침술의 자침방법에는 근육 깊숙이 꽂는 방법도 있다"며 "피고인이 사용한 30~60mm 길이의 IMS 시술용 침은 한의원에서 침술 시술을 위해 널리 사용하고 있는 호침과 길이, 두께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전기적 자극은 전자침술, 침전기 자극술 등 한방 의료행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그와 같은 시술 방법이 침술과 구별되는 본질적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IMS 시술의 특성을 고려해도 침술행위와 오히려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침술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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