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부실공사 해법 후분양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찬반토론

-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촉박해서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아도 돼
- 무조건 후분양제를 고집하기보다는 근원적, 최우선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

최근 광주 서구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후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입주 시기에 맞춰 공사기간을 줄이려는 관행을 막을 수 있고 주택 품질도 직접 확인한 후 구입이 가능한 후분양제만의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으로 품질을 일정 수준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불법 하도급 방지나 감리 제도 개선 등이 더 시급한다고 제언한다.



◆ 선분양제 vs 후분양제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은 크게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나뉜다.

<선분양제>
선분양제란 아파트 등 주택을 짓기 전에 미리 분양을 하는 것으로 현재 대부분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입주자에게 분양을 하고, 입주자가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을 통해 주택 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납부하도록 해 건설 비용에 충당하는 제도다.

선분양제는 지난 1970~1980년대 신속한 주택의 공급을 위해 도입됐다. 수천 가구의 주택을 짓는 데 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분양제는 건설사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또한 입주자들도 중도금 납부 등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데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작용이 속출했다. 부실시공과 하자 등에 따른 분쟁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였으며, 시세 차익을 노린 분양권 전매 투기의 발생도 잦았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공사 도중 건설사의 도산 등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공 이전에 주택 가격의 대부분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후분양제>
후분양제는 주택을 짓기 전 분양자를 모집하는 현행 선분양제와 달리 건물 골조공사 등 건축공정을 60% 이상 진행한 후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 지어진 건물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현장 사고나 공기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재산권 피해를 줄이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후분양제 도입 시 건설사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고 피해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선분양제보다 공사 기간에 대한 부담도 줄어 부실시공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에 나섰다.

하지만 후분양제도 단점은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분양가 상승의 위험이다.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인해 분양가 상승의 우려가 있어서다. 단기간에 주택구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수분양자의 부담 또한 문제점이다.

"실물을 보지도 않고 사는 개념인 선분양제는 판매자가 물품을 최상품으로 만들 유인이 사라져 부실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안전사회시민연대)



◆ 커지는 후분양제 도입의 목소리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후분양을 해야 하는 이유가 광주 아이파크로 증명됐다. 이번 기회에 대세가 후분양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다 똑같을 것 같다. 후분양제 적극 찬성한다"(인터넷 여론)


이에 SH공사도 후분양제를 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국내 최초로 후 분양제를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분양시기를 기존 공정률 60%에서 90%까지 늦췄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촉박해서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SH공사)

◆ 근본적 원인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2의 광주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후분양제를 고집하기보다는 근원적, 최우선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자체의 현장 감리를 강화하고 하도급 구조의 고질적 병폐를 사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광주 학동 참사의 경우 불법 하도급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안전 관련 비용이 반토막 났다. 이렇게 될 때까지 관할 지자체 등에서는 현장 관리, 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하도급 문제와 안전 관리에 소홀한 지자체,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후분양제는 이번 사고들의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건설업 관계자)


◆ 관건은 정직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할 수 있는지 여부
안전 시공의 관건은 현행 '경쟁입찰에서 더 높은 공사비를 책정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편법이나 요령 없이 원리원칙대로 공사를 수행하면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를 감수하면서 아파트를 짓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이는 후분양제보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핵심이다.





◆ 선분양제의 부작용 해소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건설사들이 견본주택에서만 고급 내장재를 쓰거나 아직 기획 단계인 기반 시설을 선분양 시 포함하면서 분양가를 부풀리는 점을 지적한다. 불어난 분양가는 이후 시세에도 영향을 주어 아파트값 상승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 경제적 이익
공급자가 제공하는 조감도나 견본주택만이 아니라, 시공 현장에서 실물에 가까운 아파트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실시공 발생이나 미분양 위험 등의 부담을 오롯이 공급자가 지게 된다. 아울러 분양 중 중도금이 감소해 이자 비용 등도 절감할 수 있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부실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아직 공급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시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없고, 그 피해는 공급자나 시공사가 지게 된다. 후분양제 강화는 부실 공사와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경영과 책임 경영의 시작이다"

◆ 하자 발견에 용이
부실공사 해소 개념보다는 아무래도 지어놓고 아파트를 팔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공사 기간이 지나고 보는 것이라서 현장에서는 점검하면서 하자가 있는지 한 번 더 보게 되고 좀 더 신경을 쓴다는 장점이 있다.


◆ 부동산 투기도 방지
선분양제는 당장 집이 필요한 수요보다는 2년 이상을 내다보는 수요가 많이 몰리는데, 여기에 투기수요가 집중되는 점도 문제이다. 투기수요가 많으면 거래가 활발해져 가격을 올리기 쉽고,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매물을 거두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지고, 이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후분양제를 통해 한꺼번에 목돈을 내고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하면 주택 실수요 관리가 가능해진다.


"과거에는 개인의 저축이 부족하니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선분양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시장에 돈이 남아돈다. 주택업자가 자금을 조달해 짓고 마지막에 판매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과열된 부동산 투기도 없어질 것이다"(김종인 박사)


◆ 건설노동자 인권 및 안전에 긍정적
일각에서는 후분양제가 건설노동자 인권 및 안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후분양제는 아파트 시공품질의 향상 등의 이점 외에도 노동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선분양제에선 노동자 사망이 발생해도 분양이 끝난 이후라 분양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후분양제에선 건설사의 이미지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현실적으로 건축물 하자는 마감공사쪽에 집중
"마감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지금의 후분양제는, 필연적으로 건축물의 품질 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게 된다. 한국 건축물들은 실제로 입주해서 살아봐야 확인되는 아파트 하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결로'인데, 층간소음, 지하주차장 물 샘, 금 가는 현상도 다 마찬가지이다. 이런 부분의 정상시공 여부를 80% 공정수준에서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분양가 상승의 염려
건설사가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신 은행 대출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대출 이자가 발생해 후분양제 도입이 분양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즉, 선분양제의 문제가 시세 차액을 노리는 투기수요라면, 후분양제에선 건설사들이 초기 건설비로 마련한 대출금의 이자를 분양가에 포함하는 등 비용부담을 일부 입주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자금 조달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만 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부동산 불균형
후분양제가 활성화될 경우 주택공급이 위축돼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에 후분양을 추진할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미분양 부담으로 공급에 신중하게 되면서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준공 전까지는 공급 물량이 없어지는 만큼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 공기 단축, 무리한 시공과 후분양제 도입은 별개
업계에서는 공기단축에 따른 무리한 시공과 후분양제 후분양제 도입은 별개라고 입을 모은다. 공기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후분양제하에서도 공기 관리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분양제를 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 공사를 마칠 수 있느냐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공기는 가능한 연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장의 필수 항목이기 때문에 선분양과 후분양 하에서 공기가 다르게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즉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공기는 정해져 있고 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발주처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후분양을 하면 공기, 비용 등의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얘기다"(건설사 관계자)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