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 vs 반대

- 경영진은 노조 눈치를 보게 되어 자의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투명한 경영 환경 조성
- 해외의 경우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주 업무로 하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

최근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 제도'가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한데 이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찬성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제계와 재계 등에서는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고,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란?
노동이사제란 공공기관이 선임하는 비상임이사의 일정 수를 소속 근로자에게 할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이사제를 근로이사제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 이미 시행 중인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이미 도입돼 있다. 2016년 서울시가 정원 100명 이상인 13개 산하 투자·출연 기관에 노동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출발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50개가 넘는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 노동이사제, 해외의 경우는?
노동이사제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낯선 제도이지만 의외로 외국에서는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국가는 19개국에 이른다. 독일을 비롯하여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독일>
독일의 경우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 두 개의 이사회가 존재한다. 경영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일상 경영 이슈를 다루는 반면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진의 경영활동을 감독하고 경영이사 임명권을 갖는다. 이중 노동이사는 감독 이사회에만 참여한다.

독일은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노동이사제를 의무화하며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노동이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2000명 이상 기업의 경우 2분이 1이 노동이사이다. 즉, 대기업의 경우 노사간 대등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프랑스>
프랑스는 공기업 및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기업에 대해서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근로이사의 역할은 주로 이사회 업무집행을 감독·견제하고 집행인원의 선출에 참여하는데 그치고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 찬성·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충돌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즉 근로이사는 기업 이익과 대립하는 주장이나 입장의 관철에 주력하고, 항상 '주고받기' 방식으로 노사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주주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의 문제해결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노동이사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산업평화, 노사관계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노동과 자본의 전통적 대립관계를 협력과 합의에 기초한 신뢰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높아지고 자율 경영 및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업 경영의 투명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경영에 반영할 수 있게 되고, 노동자는 경영에 대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직접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은 노조 눈치를 보게 되어 자의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경영은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다"


◆ 노사갈등 완화
"유독 우리나라는 노사 간 갈등이 매우 심각한데 이는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노조는 경영진이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숨긴다고 의심하며, 반대로 경영진은 노조가 사사건건 경영진 결정에 반대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된다면 이러한 불신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물론 초반 의사결정 과정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집행될 수 있다"


◆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방지
우리나라는 사외이사 제도가 원활히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사회이사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총수가 마음대로 회사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일부 금융지주사의 경우에는 CEO가 우호적인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한 다음 몇 번씩 연임해도 이를 막을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가 없다. 노동이사제는 이러한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 공공기관 낙하산 임용 폐해 개선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의 직접 경영참여를 통해 공공기관 낙하산 임용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로 기대된다.






◆ 노조 이익만 대변
"강성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 자명하다. 노동이사제는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각하게 기울게 하고 오랜 숙원이었던 공공기관 개혁을 저지할 것이다. 또한 현재 노사 간 협력과 타협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노조조직률이 매우 높고, 대부분의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해 개별단위뿐만 아니라 중앙단위에서도 노동계의 주장을 정치권과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전경련)


◆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 우려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의 도입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친노동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이다.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경영자총협회)


◆ 경영상 의사결정 신속성 저하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사회는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핵심적인 기능으로 하는데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노동이사가 이사회에 참가해 노동계의 입장을 관철하려 하면 이사회의 핵심 기능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 우리나라 체계와 맞지 않는
"한국과 같이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 또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도 대부분은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주 업무로 하는 감독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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