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11개월의 수사기간 동안 불법개설기관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 정작 환수결정 시점에는 실익이 없는 재산만을 보유
- 징수율 제고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이 더 중요. 법령개정을 통해 진입단계부터 설립절차를 강화할 예정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으로 알려진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 관련 적발 사례 및 판례를 담은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 사례집’을 제작해 최근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의료기관 5개 유형의 52개 사례, 약국 8개 유형의 46개 사례가 수록됐다.
의료기관 행정조사가 이뤄진 5개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 등 2개 유형 등을 포함한 경찰·검찰의 공소 내용 및 유형별 판례들이 수록됐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 의료기관 주요 적발 사례는?
△비(非)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거나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통해 개설·운영한 사례 △비의료인이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한 사례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공모해 개설·운영한 사례 등
◆ 약국의 주요 적발 사례는?
△사무장-투자자-약사가 공모해 약국을 개설·운영한 사례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개설·운영한 사례 △무자격자가 약사 3명을 순차적으로 고용해 개설·운영한 사례 △사무장약국에서 약사가 약국 운영을 보조 운영한 사례 △비약사가 약사의 약국을 인수한 사례 △병원장의 무자격자 가족이 약국을 개설·운영한 사례 등
<유형별 불법의료기관개설 사례>
◆ 비의료인의 의료인 고용
치기공사와 상담실장이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사례이다.
A대표는 전 원장으로부터 시설, 장비, 인력을 양도양수했지만, 일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108만원 조건으로 건물 대리인과 임대차계약을 작성했고, 임대료는 건물 계좌이체했다고 진술했지만 요양급여계좌에서 불규칙적으로 건물주에게 임대료가 출금되고 있었다.
운영에 있어서는 전 원장 개설시부터 치기공사 B씨의 명의로 가입돼 있었고, 인터넷·유선TV 명의는 치기공사 B씨의 배우자 명의로 개설돼 있었다. 특히 개설시부터 수입·지출 내역, 주요 의약품 구매 관련 내역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으며, 공인인증서를 상담실장 C씨가 관리하며 자금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료기관 운영계좌에서는 B와 C씨의 일가족에게 불특정 날짜와 금액이 다량으로 입·출금된 내역이 있었으며, 치과 운영 관련 물품 구입을 C씨의 카드로 선 결제 후 정산처리한 내역이 다량으로 존재했다.
2021년 4월 9일 경찰 수사가 이뤄져 비의료인인 치기공사 B씨, 상담실장 C씨가 주도적 운영을 하며 수익을 편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B씨가 임플란트 시술 등으로 진료비를 수수하고 C씨가 자금 업무를 담당하며 일가족에게 운영 수익을 이체하며 수익을 편취하는 수법을 확인했다(현재 검찰 기소 송치중).
◆ 비의료인의 의료생협 악용
형식적인 의료생협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사례이다.
비의료인 D씨는 의료생협을 설립해 조합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기로 마음먹고 2013년 대구 동구에 비영리법인 의료생협을 설립했으며, 2014년 의사, 물리치료사 등을 고용하고 진료실과 물리치료실 등을 갖추고 의료생협 명의로 연합의원을 개설해 2014년까지 운영했으며, 2014년에는 의사, 간호사 등을 고용하고 진료실, 입원실을 구비해 의료생협 명의의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연합의원과 요양병원으로부터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각각 7069만원, 26억 9193만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구지방법원에서는 D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대구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각각의 양형부당 항소를 기각했다.
◆ 의료인의 의료인 고용
의료인이 의료인 친구를 고용해 친구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수익금을 분배한 사례이다.
치과의사 E씨는 2021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 고양에 대표원장(이하 고양 치과)으로 치과의사 F씨에게 월급 10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명의를 빌려 서울 강남구에 다른 치과의원(이하 강남 치과)을 개설했다.
F씨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E씨에게 고용돼 강남 치과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의료행위 대가로 실제 개설자인 E씨에게 매월 1000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강남 치과 명의 은행에 약 3억 3000만원이 운영자금으로 입금되고, E씨가 의료기관 경영과 직접 의료행위를 하고 있었다.
비정상적 방법으로 개설된 강남 치과에서는 2007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환자를 진료하고 건보공단으로부터 8억 633만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이에 대해 2017년 검찰청에서는 의료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기소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E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 비의료인의 법인 대여
메디컬 분양사기형 법인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사례이다.
비의료인 G씨는 메디컬빌딩 분양업자로 건물에 입주할 병원이 섭외되지 않자, 건물 분양을 위해 사단법인 명의를 대여해 병원을 개원하기로 계획했다. 빌딩 매입자들에게 법인 입점을 보증하고 매각대금에 임차보증금을 포함시켜 상계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마련했기 때문에 병원은 보증금은 지급한 사실이 없었다.
G씨는 법인 병원 개설 시 법인 운영 규칙을 수정해 병원을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운영위원장에 취임했으며, 병원 운영과 관련한 채무와 재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운영위원장이 부담토록 했다. 이를 통해 G씨는 행정원장으로 인사, 노무, 수익, 병원영업 전반에 관여했다.
G씨는 법인 운영자금 3억원을 법인 계좌에 입금 후 5분만에 출금했는데, 실제 지급되지 않은 임대보증금을 병원 부채로 회계처리했으며, 1000만원을 급여로 책정해 수익 편치와 법인카드를 병원 운영 외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본인 사업장 비용처리해 총 10억원의 부채를 병원에 전가했다.
이에 대해 2020년 경찰이 조사결과 사단법인 의료법 위반 행위를 확인했으며, 2021년 검찰청에서는 비의료인 G씨가 사단법인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한데 대해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의견을 송치한 상황이다.
◆비의료인·의료인 공모
비의료인이 대표자와 개설자금을 공동 차용해 개설·운영한 적발 사례도 있었다.
비의료인 H씨는 개설자 I씨(의료인)와 함께 직원채용 등 병원 개설을 위한 준비업무를 담당했으며, H씨가 행정부원장으로 직원채용과 관리, 병원 운영에 직접 관여해 왔다.
I씨는 H씨에게 입금된 거액을 차용금을 빌려준 것으로 주장했으나, 직원에 불과한 A씨에게 거액을 차용해 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됐다.
이에 2015년 경기지역 경찰청은 의료법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청에 기소의견을 송치했으며, 법원에서는 H씨에 대한 징역 4년, I씨에 대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 저조한 징수율
- 부당이득금 환수가 결정된 불법개설기관 : 1,650개소
- 부당 요양급여비용(2009년~2021년) : 3조3,674억원
- 사무장의 재산 은닉 등으로 징수율 : 6.02%(징수액 2,027억원)
이는 건보재정 누수에 직접적인 요인이 돼 건강보험료 인상 및 수가협상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저조한 징수율에 대해 건보공단은 형사소송 등이 종결되기 전까지 사무장병원 압류재산에 대한 공매처분이 쉽지 않아 부당이득금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즉 평균 11개월의 수사기간 동안 불법개설기관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 정작 환수결정 시점에는 실익이 없는 재산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 건보공단, 사후조치뿐 아니라 사전진입 차단에도 주력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피해가 막대해지자 건보공단은 사후조치뿐 아니라 사전 진입 차단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우선적으로 불법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특별사법경찰법(특사경법) 도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특사경법은 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12월 정기국회에 상정됐으나, 심의 보류 안건으로 분류돼 아직까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지난달 25일 온-나라 영상회의를 통해 열린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올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 사전예방과 사후적발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불법개설기관 진입 차단을 위해 의료기관개설위원회 기능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을 지원하고, 예비 의료인, 지자체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사후 적발 강화를 위해서는 유관기관과 협업조사를 확대하고, 불법개설기관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포상금 규정을 개선하겠다”며 “또 불법개설 감시 시스템(BMS)에 사회관계망 분석기법을 도입하는 등 시스템 성능을 높여 조사지원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형사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압류재산에 대한 공매처분도 어려워 부당이득금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징수율 제고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 법령개정을 통해 진입단계부터 설립절차를 강화할 것이다”(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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