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면허 편법 취득 문제...정부, 자격기준 강화에 나서

- 헝가리 의대 졸업생들은 헝가리 의사면허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으로 헝가리에서 의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약식으로 작성...이는 명백히 의대 운영 목적이 의료인 양성이 아닌 학위 장사라는 의미
- 심사기준을 보완, 인정된 외국 학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

그동안 국내 의사면허 편법 취득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불거져왔던 외국 학교 졸업자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개선될 전망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해외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드디어 정부가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14일 외국 학교 졸업자의 국가시험 응시자격 인정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관련 착수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연구를 통해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응시자격 관련 외국 학교 등 인정기준’ 고시의 인정 신청학교 심사기준을 보완, 인정된 외국 학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복지부의 외국 학교 등 인정기준을 위반한 해외의대 학위로 국내 의사고시에 응시,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에 대한 공정성 위반 논란이 있어 왔다.


◆ 해외 의대 졸업생의 국내 의사 면허 취득 조건

해외 의대 졸업생이 국내의사가 되기 위한 의사고시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졸업한 의과 대학이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의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응시자격 관련 외국 학교 인정기준'에 따르면 △외국 학력자와 자국 학력자의 면허 및 취업범위를 차별하지 않을 것 △외국인을 위한 변칙적인 특별과정이 없고 외국인도 현지 언어로 현지인과 동등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의대를 졸업하면 국내 의대 졸업생과 동등한 국시 응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논란이 일어왔던 몇몇 해외 의대의 경우, 19가지 인정기준 심사항목 가운데  다수의 항목을 위반했음에도 현재까지 자격이 유지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학생 특별반 운영, 입학시 현지언어능력 검정 시스템의 부재, 제한없는 입학정원 등이 문제시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정기준의 19가지 심사항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저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해당 의과대학의 교육 수준, 합법적인 입학과정, 상호주의의 위배 여부 등을 가려낸다. 위반된 항목들의 경우는 해당 의대가 학위장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지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 헝가리 의대의 문제점

이 가운데 몇몇 헝가리 의대의 경우 입학 시 헝가리어로 시험을 보지 않으며, 학생들의 경우 재학 중에도 헝가리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헝가리의대 한국인유학생들의 유튜브나 블로그 뿐만 아니라 영미권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유럽출신 의대생들도 지적한 사항이다.


일각에서는 비의료인들은 해외 의대의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규교육을 받아본 의사들은 하나같이 현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의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환자와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을 위한 진료현장 자체가 '환자, 학습자, 임상의사가 함께 있는 공간'으로 정의되며 환자 진료를 통해 배우는 것이 효과적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지언어 시험도 보지 않은 채 외국인 유학생만 모아서 영어로 수업하는게 문제시 되는 이유이다.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었다. 헝가리 의대의 한국인 유학생은 약식으로 헝가리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 헝가리에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의료 행위를 하면 안 되는 의사를 배출하는 의과대학이라는 뜻으로 해석 된다.


◆ 공의모, 헝가리 의대의 인정 취소 신청

2020년 국시원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자 2030 젊은 의사들은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를 조직해 직접 활동에 나섰다.


공의모는 지난 2일에도 복지부를 상대로 인정기준 다수를 위반한 헝가리 4개 의대에 대한 인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신청했다.

이날 공의모는 "헝가리 의대는 입학 시 헝가리어 시험을 진행하지 않으며, 수업도 유학생들만 따로 모아 영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병원 실습 때 현지 환자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정상적인 실습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헝가리 의대 졸업생들은 헝가리 의사면허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으로 헝가리에서 의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약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는 명백히 의대 운영 목적이 의료인 양성이 아닌 학위 장사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 뒤늦게 개선에 나선 복지부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복지부와 국시원, 의평원은 14일 회의에서 "의료법 제5조 및 제7조에 따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해야 국시에 응시할 수 있으므로, 외국 학교 졸업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성이 있다"고 논의했다.

또 국시 응시자격을 인정받은 외국 학교에 대한 후속 적합 여부 평가가 없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고시 개정을 위해 상위법에 위임근거 조항이 마련되어야 할 경우에는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차전경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이번 연구는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자격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학 교육의 공식 평가인증기구인 의평원과 국시 관리기구인 국시원이 협력함으로써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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