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시술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피시술자 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 有
- 문신시술을 위한 별도의 자격제도를 마련할지 여부는 사회·경제적 사정을 참작해 입법부가 결정할 사항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이번에도 역시 "문신 시술 자격 제도 같은 대안을 도입할지는 입법부가 선택할 영역이며,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문신사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31일 대한문신사중앙회 등 문신 관련 단체들이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의료법 제27조 1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만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비의료인 타투이스트들은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 1호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
의료법 27조 1항은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함께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인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해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가 문신업에 종사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한다는 취지다. 또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의해서만 처벌받도록 한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강조했다.
◆ 헌재, 문신시술은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
그러나 헌재는 "선례의 내용은 그 자체로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며 기존 결정례를 유지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은 바늘을 이용해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색소를 주입해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한다”며 “이같은 시술 방식으로 인한 위험성은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신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정성과 사전적·사후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며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허용은 사회적으로 보건위생상 위험의 감수를 요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는다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심판대상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시술을 업으로 행할 수 있도록 자격과 요건을 법으로 정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에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문신시술을 위한 별도의 자격제도를 마련할지 여부는 사회·경제적 사정을 참작해 입법부가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반대 의견, 기술 발달로 감염 통제 가능
다만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현대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감염의 통제가 가능해져 질병의 전염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관련 법에) 상세하게 규정해 위생적이고 안전한 문신시술을 보장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로써 헌재는 지난 2007년부터 유지해온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행위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 타투협회의 반발
이번 결정에 한국타투협회 측은 종사자들의 인권도 물론이거니와 산업적 가치가 큰 문화영역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번 헌재의 판결을 성토했다.
송강섭 한국타투협회장은 "10년 전부터 타투나 문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도 부가가치가 큰 산업군인데도 불법이라는 이름아래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사람들의 역사가 30년 가까이 됐다"며 "문화나 산업의 한 영역으로 보지않고 타투나 문신을 유사의료행위로 보는 의료계 입김때문에 당당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종사자들의 애환이 크다. 또한 시술받은 소비자들에게도 불법행위에 동참한 꼴로 몰게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이어 "오래전부터 합법화가 될 거란 기대는 항상 있어왔지만 매번 '불법' 낙인에 실망을 되풀이했다. 그래도 이번에 6명의 국회의원이 법을 발의하고 목소리를 내서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은 차츰 변화하면서 타투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도 타투 행위를 인정해가는 추세이지만 국내법은 아직도 이를 반영하지 못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반영구시술 종사자는 22만명, 타투업은 2만명으로 추산된다. 시장규모는 2000여억원으로 추정되며 시술고객은 100만명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 의료계는 환영
반면 의료계는 헌재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기회에 문신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반인의 경우 의료행위와 침습행위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의료행위는 사람의 질병을 낫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문신은 질병을 낫게하는 행위가 아닌데 왜 의료행위로 보느냐는 오해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신은 피부 안에 인위적으로 화공약품을 주입해 신체에 영구적인 변화나 문제를 일으키므로 의료행위 범주에 들어간다. 의료행위를 질병 치유로 국한해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부안에 인위적으로 화공약품을 넣으면 영구적으로 신체에 여러 가지 변화나 문제점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의료행위의 범주에 넣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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