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를 직접 살피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실밥 제거를 지시한 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부과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사 없이 실밥을 제거해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 B씨도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성형외과 원장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이마거상술을 받은 환자 C씨의 실밥 제거를 간호조무사 B씨에게 지시했다. 당시 A씨는 다른 수술을 진행해야 했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B씨에게 매스와 핀셋으로 실밥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현장에는 A씨를 비롯하여 의사가 함께 있지 않았다.

검찰은 의사 지시 감독 없이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실밥 제거 행위는 진료 보조행위이며 환자 상태를 들은 뒤 실밥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따라서 B씨가 한 실밥 제거는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수행된 진료 보조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 후 실밥 제거가 진료 보조 행위인 것은 맞지만 간호조무사 B씨가 A씨의 지도나 관리·감독 아래서 실밥을 제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적시에 실밥을 제거해야 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간호조무사가 B씨가 의사 A씨의 지시를 받아 실밥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실밥 부위를 살피는 등 선행되어야 할 진료 행위 역시 수행한 것은 A씨가 아닌 B씨였다”면서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작다는 사정만으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고 의사 A와 간호사 B씨에 대해 각각 선고된 벌금 3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