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지정헌혈제도 개선위해선 의료기관 혈액 수요관리 필요”

- 지정헌혈 건수 증가... 2020년 7만 7551건, 2021년 14만 2355건
- 政 “의료기관 혈액 사용량 관리감독 확대하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헌혈 부족 사태가 심화되자 의료기관에서 불필요한 혈액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직접 필요한 혈액을 구해야 하는 지정헌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자와 환자 가족이 헌혈자를 구해야 하는 지정헌혈,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 혈액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에 따르면, 지정헌혈제도가 시행된 지난 2016년부터 지정헌혈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하여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1만 9039건이었던 지정헌혈 건수는 2020년 7만 7551건, 2021년 14만 2355건으로 증가하였다.

안 대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지정헌혈 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정헌혈을 요구하는 의료기관들의 혈액 실태조사를 통해 과잉으로 혈액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21년 제5차 혈액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 지정헌혈 전체 의료 건수의 52.3%를 차지하는 상위 20개 의료기관 중 중증환자가 진료받는 소위 ‘Big 5’라고 불리는 병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상위 20개 의료기관이 환자 수혈에 필요한 혈액의 종류와 수량을 예측해 혈액 수급을 조절하지 않고,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지정헌혈을 통해 헌혈자를 구해오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해 병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과잉 지정헌혈을 요구하고 있다면, 이를 중단시키거나 최소화하는 행정지도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지향교수는 지정헌혈로 불필요한 혈액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출혈로 응급 헌혈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했는데, 당시 적혈구제제가 충분했음에도 환자가 스스로 지정헌혈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이에 병원 혈액은행 내에서 관리해야 하는 혈액량을 초과하기도 했다”고말했다.

이어 “저정헌혈은 환자의 위급한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혈액이 지정돼 있어 동의를 통해야만 다른 환자들이 용할 수 있다”며 “일반 헌혈이 줄어들어 지정 헌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지정헌혈의 강점을 이용하여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한마음혈액원 황유성 원장도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를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혈액 수급 안정성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결국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결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의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역시 의료계의 주장처럼 지정헌혈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의 혈액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관리 감독에 나서겠다고 했다.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정숙 과장은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헌혈을 증진하는 방안과 함께 혈액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의 사용량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의료기관이 지정헌혈에서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에 나설 수 있도록 혈액의 사용량과 지정헌혈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의료기관에 수혈관리실과 수혈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의료기관이 혈액 위기 단계별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면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도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기관의 혈액 사용량과 재고량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397개의 의료기관이 참여 중인데, 단계별로 확대해 의료기관의 혈액 사용량을 관리 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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