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수술들을 도수치료로 둔갑시켜 수억 원 대 보험금 타내
- 병원장은 구속될 때까지 배짱 영업,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하기도
- 관계 당국 잇단 의료사기에 촉각
도수 치료받으면 보험금으로 쌍꺼풀 수술을 해준다는 수법으로 수억원대의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과 이에 가담한 환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심지어는 간호조무사에게 대리 수술까지 맡긴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법·의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강남 역삼역 G 성형외과 원장 A씨를 구속하고 환자 151명과 병원 관계자 등 164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오십견 때문에 어깨·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방문한 중년 환자들을 대상으로 마사지와 같은 ’유사‘도수치료를 실시했다. 환자에게는 도수치료를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쌍꺼풀 수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말로 미용 수술을 권하고 이를 도수치료로 둔갑시켜 진료비를 청구했다.
A씨는 도수치료가 포함된 보험 가입자들의 실손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해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그 뒤에도 버젓이 문을 열고 성업하던 병원은 병원장 A씨가 지난달 구속된 뒤에야 문을 닫았다.
A씨와 부원장은 이전 병원에서 함께 근무할 때 도수치료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이 인기가 좋다는 점에 착안하여 범행을 계획했다. 단순 추산으로는 도수치료 1회당 20~30만원씩 10회~20회 청구하여 200~6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을 진행하거나 비자격자가 방사선 촬영을 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행위도 다수 파악되었다. 심지어는 병원장은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비뇨기과 전문의였다.
최근 강남 의료계의 실태를 꼬집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과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시력교정술의 일종인 렌즈삽입술을 시술한 후 이를 백내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꾸며내 보험금을 타낸 강남의 대형 안과 병원장 B씨와 환자, 관계자 등 39명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 역시 비용 부담이 큰 의료 시술을 다른 항목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 사기의 일종이다.
보험설계사나 브로커들까지 동원되어 의료보험사기의 종류가 더 세분화되고 매해 숫자도 늘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실손보험 사기액이 537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30% 이상 증가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2018년 말 금융감독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조사의 결과 백내장 수술, 체외충격파쇄석술(비뇨기과) 전체 보험금 지급 청구건의 5%(2만 8,063)가 허위청구 등 보험사기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수치료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반복되는 치료일 경우 비용의 부담이 커 환자들이 보험사기 유혹에 넘어가기가 쉽다“면서 ”편취 금액이 소액일지라도 환자도 병원과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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