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발가락 째고 수술한 이상한 병원... 보험금 때문

- X-레이 영상을 조작하여 필요하지 않은 수술 통해 부당 이익 챙겨
- 보험금 청구할 수 없는 비급여 치료를 할 때에도 보험금 받아내기 위해 진료 기록에 암호코드 사용해

2019년 7월 평소 높은 구두를 자주 신는 A씨는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이 발생해 부산의 한 B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X-레이 촬영을 하던 중 A씨는 이상하다고 느낄만한 특이점을 느꼈다.


▲  출처 : SBS

방사선사는 촬영을 할 때 A씨의 발가락 두 개를 교차하도록 꺾고, 의료용 종이테이프를 붙여서 촬영을 했다. A씨의 무릎을 눌러서 압력을 가하고, 5~10도 옆으로 돌려서 촬영하기도 했다. 강제로 증상을 만들어 낸 뒤 X-레이 촬영을 한 것이다. A씨가 촬영을 마치고 진료실에 들어가자 당연스럽게도 원장 C씨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을 내리고, 수술대에 눕혀 A씨의 발을 절개하고 수술을 진행한 뒤 봉합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하고 수술실을 떠났다.

A씨는 수술을 마친 뒤 보험사에 진료기록을 보내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A씨가 제출한 수술 전·후 X-레이 사진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병원의 보험금 청구 내역을 조회해본 결과 이런 식의 청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험 사기를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 병원의 전자의무기록과 의학영상정보 등을 먼저 확보하고, 이후 병원 관계자들을 조사해 이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을 수술시키기 위해 X-레이 영상을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조작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술실에서 절개한 피부도 간호조무사가 봉합한 의료법 위반 혐의도 입증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B 정형외과가 2016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50명의 환자를 상대로 하여 X-레이 영상 조작을 통해 필요하진 수술을 시행한 혐의를 확정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에 청구한 금액은 8억 1518만원이었다.

또한 이 병원에서는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없는 비급여 치료를 할 때도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하여 진료기록에 암호 코드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C 원장은 무지외반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도수치료P’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는 병원 내에서 도수치료가 아닌 고주파 열 치료와 운동치료를 실시하라는 암호였다.

고주파 열치료는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비급여 치료라서 진료기록에는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도수치료로 변경하여 표기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2월까지 578명의 환자들이 실제로 비급여 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청구한 금액은 2억 6577만원에 이른다.

부산지검은 지난 3월 원장 C씨와 해당 병원 방사선사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사기, 의료법 위반 행위로 재판에 기소했다. 수술실에서 절개된 피부를 봉합했던 간호조무사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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