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회 “위험성과 난이도가 미반영된 수술 수가의 한계”

정지훈
발행 2022-08-22 12:37

- 붕괴된 필수 의료에 관한 사회적 관심...“대책 마련은 매번 공염불” 실질적인 대안 필요
- “정책적인 지원으로 행위료 증액해야”... 내시경 평가 형평성 지적도

대한외과의사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필수 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다. 의료계 차원에서라도 관련된 문제를 논의할 정식 부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21일 대한외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대가치평가 시행 당시부터 있었던 불균형으로 인해 외과계는 태생적으로 저수가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를 보정하는 작업이 땜질 식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안 되는 만큼, 엄격한 정책 수가로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필수 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될 정도로 외과의 경제적인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마련된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조차 실질적인 외과 개원의 진료는 10개 내외만을 다르고 있어 우선적으로 재개편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의협과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전반에서 필수 의료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TF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정식 부서를 마련하여 상시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임익강 외과의사회 회장은 “외과의사는 블루칼라로 기술과 노동력으로 먹고산다. 하지만 실질적인 용역수가가 없다”며 “수가에 난이도와 위험성 등을 반영을 해야 하는데 시간으로만 산정하니 원가 이하의 수가가 책정된다. 현장에서는 개원 후 5~10년이 지나도 빚을 못 갚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으로 인해 필수 의료의 붕괴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대책 마련이 진행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황도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행위료 증액을 제안했다. 일례로 맹장수술 행위료는 7만 5003원에 불과하며 개두술 역시 100만 원이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료로는 병원을 지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전 정권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면서 경영악화가 심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세라 총무부회장은 정책적인 자금지원책을 마련해 외과계 행위료를 개선하고 필수 의료에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조정하는 식의 대책만 마련하고 있어 공염불로 끝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상대가치평가자료 역시 2014년에 멈춰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총무부회장은 “수술하는 의사가 점점 적어져 수술 절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의료계는 관련 문제 해결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의 원인이 다양해 해결책 마련이 쉽지는 않지만 일선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구진 학술부회장 역시 예산 증액 없이 필요 의료 확충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옮기는 방식을 의료계 내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처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또한 필수 의료 붕괴를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술부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필수 의료를 회피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바이탈 의사는 대부분 법적인 문제를 경험한다”면서 “의사의 희생이나 직업적인 윤리의식만으로 감당할 시점은 벗어났다. 의료인 배출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 당장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오랜 기간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기관평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2012년부터 시작된 검진기관평가는 내시경 질 관리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인력 부분 평가에서 내시경 의사 자격 인증 및 연수 교육이 특정과나 특정학회를 통해서만 인정이 되고 있어 전문의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들에게도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 정책부회장은 이같은 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의사 자격사항에서 특정과나 인증의 자격 명시를 삭제하고, 연수 교육 인정을 기존의 특정과나 특정학회에서 의사 평점이 인정되는 전문 학회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내시경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외과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시경이 특정과에게만 주도록 제한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면서 “질관리는 중요하지만 관련 인증을 특정과나 학회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이같은 방식이 법률·행정적으로 타당한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본회는 외과학회와 함께 회원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해 맘모톰 사례처럼 우리의 노력으로 신의료기술평가에 일조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도 회원의 권익을 위해 계속 뛰겠다. 뭐든지 의견을 주고 함께해달라”며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