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감정의견이 있다면 의료진의 조치는 합리적인 재량 범위 안으로 분류하고 병원 측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원심에 대하여 더 적극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A씨 유족이 B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대구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7월 잠을 자다 일어나던 중 실신해 B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불안정성 협심증 진단을 받은 A씨는 이 병원에서 풍선 혈관 성형술을 받은 뒤 증상이 호전돼 심부전 치료제 등을 처방받고 퇴원했다. 증세가 나아지던 중 다시 실신하고 명치 부위의 답답함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던 A씨에게 B 병원 의료진은 혈압이 낮게 측정된 것을 근거로 하여 치료제 때문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약 처방을 중단했다.
그러다 한 달 뒤 아침에 실신 증상이 또다시 나타나자 B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료진은 기립성 저혈압으로 판단하여 추가 검사 및 조치 없이 퇴원시켰다. 그러나 일주일 뒤 A씨는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C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새벽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은 B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 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B 병원의 기립성 저혈압 진단은 적절했으나, 가슴의 답답함 증세와 실신 증상이 지속된 만큼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A씨의 응급실 방문 당시 심전도에는 변화가 없었고 혈액검사에서도 심근효소 변화가 없어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의료진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견해를 냈다.
1심은 “A씨에게 실신 및 명치부위의 답답함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심전도 이상 소견 등 지속적으로 이상징후가 있었음에도 병원의료진이 최선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에서는 1심의 판결을 뒤집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 소견이 엇갈릴 정도라면 B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합리적인 판단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2심 재판부는 “설령 B 병원에서 추가적인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 의료상의 과실로 확인되더라도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사망 일주일 전 B 병원의 응급실에 A씨가 방문했을 때, 최초 치료 전 증상을 호소했고, 마지막 검사일로부터 38일가량이 지난 시점에서의 심근효소 수치가 참고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측정된 것으로 볼 때 이를 지속적인 호전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망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며 “고령의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들에게서 높은 확률로 급성 심장사가 발생한다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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