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이 아닌데” “추모는 당연”... ‘국가애도기간’ 선포 논란

- 국가애도기간 선포, 천안함 피격 이어 두 번째
- 세월호·대구지하철·삼풍 참사 때도 선포 안 해... 정확한 규정 없이 대통령 선택에 따라 선포
- “참사 애도 당연하다” 와 “개인적 축제 즐기다” 찬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것에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이 사고에 휩쓸려 숨진 만큼 국가애도기간 선포는 적절하다는 의견과, 정부나 지자체 행사가 아닌 자발적인 모임 중 일어난 사고이므로 안타깝긴 하지만 국가 차원의 애도기간 선포까지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가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하고, 부득이 개최하게 되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진행하기로 했다.

국가애도기간은 군주제 국가의 군주가 서거했을 때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한꺼번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을 때 등에 국가가 이를 애도하기 위해 지정하는 기간이다. 보통 정부 수반이 선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것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두번째다. 첫번째는 2010년 천안함 피격 때였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으로 승조원 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여기에 수색에 나섰던 군인 1명이 잠수병으로 숨지고 수색을 돕던 민간어선이 충돌하면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4월 24일 천안함 인양이 완료되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25일부터 5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사상 두번째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표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천안함 사건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한 것이니 인정하지만 이번엔 좀 아닌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일인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인데 국가적으로 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 특히 청소년 희생자가 많았던 세월호 참사 때도 국가애도기간은 선포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세월호,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때는 왜 안했나”, “국가 애도기간 선포 기준이 궁금하다” 등 모호한 국가 애도기간 기준에 대한 비판과 “천안함 피격 당시 국가 애도기간이 5일이었는데 이번 7일은 너무 길다” 등 기간에 따른 지적도 나왔다.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국가 차원의 애도기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많다. ‘다른 재난 때는 안하고 왜 이번엔 하느냐’는 글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과거에 안했다고 해서 지금도 안해야 하나”, “전례 없는 참사가 일어났고 국민이 마음을 모아 애도하는 건 당연하다”, “150여명이 사망했는데 잠시 추모하는 시간을 갖자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가”라며 반박했다.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국가 애도기간 선포에 대한 조롱 댓글이 달리자 이용자들은 “아이들이 나쁜일 하다 죽었나? 젊은 나이에 축제를 즐기고 싶은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 등 의견을 내며 국가애도기간을 지지했다.

한국의 경우 국가애도기간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선포 기준이나 기간,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까지 두번의 국가애도기간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로 선포됐다.

외국 사례를 보면 역시 주로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이 사망했을 때, 재해나 재난으로 많은 사람이 숨졌을 때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다.

지난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영국 정부는 10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가졌다. 2010년 폴란드 비행기가 러시아에 추락해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96명이 사망하자 폴란드 정부는 5일간 국가 애도기간 선포했다.

정치 지도자가 아닌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인물의 사망에도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되는 경우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1998년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민중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사망했을 때와 2020년 전설적인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 때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가졌다.

테러나 산불,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때도 각국은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라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경우 국가 애도일이나 애도기간이 선포되기도 한다.

캄보디아는 2010년 수도 프놈펜 축제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400명 가까이 숨지자 국가 애도일을 지정했고, 2013년 코트디부아르도 신년 불꽃놀이 인파가 몰리면서 60여명이 압사하자 3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의사나라뉴스는 이태원 참사 사고 피해자분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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