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투약한 전공의 상고는 기각... ‘전공의도 같은 의사’ 판시
- 교수-전공의의 지휘‧감독관계에서 책임 위임 인정 쟁점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법정구속까지 경험한 연세의대 정 모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파기환성 명령을 내렸다. 반면,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장정결제를 투여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전공의도 어찌됐든 의료사고에 책임을 져야하는 '의사'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으며, 함께 기소된 당시 레지던트 강 모 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정 교수는 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강 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았다.
정 교수는 X-레이와 CT 검사에서 대장암이 의심된다며 확인을 위해 80대 고령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내과 레지던트 2년차였던 강 씨는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했는데, 환자는 하루만에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복부 팽만 등이 없다는 등의 임상적 판단만을 이유로 장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이 관찰된다는 내용의 영상의학과 소견을 무시해 사망이라는 결과를 유발했다고 봤다.
1심과 2심 법원도 정 교수와 강 전공의가 환자나 가족에게 장정결제 투여의 위험성 및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소량씩 투여하며 환자 상태를 살피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두 사람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교수와 전공의의 관계에 집중했다.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위임했을 때 위임받은 의사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위임한 의사에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본 것.
해당 사건에 적용하면 정 교수와 강 전공의는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데, 정 교수가 강 전공의에게 장 결정제 투여를 지시했고, 투여 당사자는 강 전공의였다. 여기서 책임을 위임한 정 교수에게 설명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장정결제 투여 처방 및 지시에 따라 수행한 전공의의 주의의무 소홀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만 인정하고, 정 교수에 대한 판단은 다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정 교수에게도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려면 부분 장폐색 환자에 대한 장정결 시행의 빈도와 처방 내용의 의학적 난이도를 비롯해 전공의가 내과 2년차 전공의임에도 소화기내과 위장관 부분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미흡했거나 기존 경력에 비춰 적절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수가 전공의를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과 장정결로 발생할 수 잇는 위험성에 관한 설명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한 원심은 의사의 의료행위 분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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