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보험금 지급 요구한 환자 항소 기각
- “치료 필요성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리적이다”
- 주치의로만 판단 주체 한정하면 객관적인 평가 불가능해
주치의의 단독 판단에 의해 실시한 ‘과잉진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를 주치의로만 한정하면 적절한 치료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들이 공제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에서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1심을 유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환자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 A씨와 B씨는 같은 내과에서 비독성 단순갑상선결절 진단을 받았고 내원 당일 고주파절제술을 받았다. 그리고 1년 4개월 후 2차 수술도 받았다.그러나 공제사업자는 이들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는데, A씨와 B씨가 받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고주파절제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약관에는 ‘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시행한 수술은 공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수술을 통한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주치의’로 한정되므로 이들을 담당한 주치의 판단에 따라 진행한 수술은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 환자 측의 주장이었다.
또한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주치의로 한정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판단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내원 당일 초음파검사와 액상흡인세포검사에서 갑상선 좌·우엽 1cm 미만 결절이 확인됐다. 그러나 갑상선 협부가 아닌 경우 이정도 크기는 미용이나 임상적 문제가 생기기 어렵다는 게 관련 학회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A씨와 B씨가 받은 고주파절제술은 경과관찰에서 양성 결정이 2cm 이상 지속적으로 커져 미용이나 임상 문제가 있을 경우 시행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사건 감정을 맡은 의사도 위치나 크기를 봤을 때 초음파검사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비독성 결절은 고주파절제술 전에 세침흡인검사에서 2회 이상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세포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술을 진행한 것도 문제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수술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치의만 치료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은 의사 판단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수술을 통한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를 주치의로 한정하면 결국 주치의가 시행하는 모든 수술에 대해 제3자는 그 합리성을 전혀 평가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했다.
의료진과 환자가 공모한 보험사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약관에 명시한 '수술 필요성'은 "주치의나 치료 의사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판단이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 내용이지 별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보험 체약 체결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명시·설명의무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환자 측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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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