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에도 5억 원 넘었는데 현재 4억 원 급락
- 규제 해제 이후 반등세 보이나 싶었지만 다시 재차 폭락
- “美 중앙은행이 원인, 국내 정책으로 상쇄 불가능”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던 송도의 아파트 값이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며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거두는 등 집값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금리 인상에 얼어붙은 매수 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송도풍림아이원’ 전용 면적 84㎡는 지난달 20일 5억 원(5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의 최고가는 2021년 10월 8억 3,000만 원이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1년여 만에 40%가까이 증발한 것인데 호가는 더 떨어졌다. 집값 상승기 9억 원을 넘어 10억 원대를 바라보던 아파트였지만 최근 4억 7,000만 원에 매물이 등장하며 고점 대비 반토막났다. 집값이 급락하며 갭투자 액수도 줄어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5억 원 전세를 끼고 5억 4,000만 원(4층)에 손바뀜했다. 인천 지역 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송도에 위치한 국민 평형 아파트임에도 5,000만 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갭투자를 통해 사들인 것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17년 전인) 노무현 정부 때도 이 가격은 아니었다, 지금보다 높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도풍림아이원은 2005년 준공된 송도국제도시 첫 아파트로 준공 1년 뒤인 2006년부터 거래가 이뤄졌다. 2006년 6월 5억 800만 원에 손바뀜되며 매매가 5억 원대에 진입했고, 그해 5억 9,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실거래가나 호가보다 높은 액수다.
17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집값은 더 내려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개업중개사는 "당시 5억 원과 지금 5억 원의 화폐가치가 다르지 않으냐"며 "지금은 2006년의 반값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22년은 소비자물가가 1.41배 상승했다. 이를 역산하면 현재 5억 원의 가치는 2006년 3억 5,000만 원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지역 중개사들은 규제지역 해제 이후에 오히려 낙폭이 가팔라졌다고 토로했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연수구는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고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도 풀려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70%로 20%포인트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과 함께 청약 규제도 완화된다.
규제가 풀리자 주택 거래량이 반등했고, 집값도 바닥을 다지는 기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0월 115건에서 규제지역 해제가 이뤄진 11월 187건으로 62.6% 증가했다. 거래가 늘며 급매물도 소진됐고,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매수세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집값 낙폭이 가팔라진 탓이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6억원(33층)에 매매됐다. 규제지역 해제 이전인 지난해 10월 6억 3,000만 원(20층)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규제지역이 해제된 11월 6억 5,000만 원(27층), 7억 2,000만 원(23층)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6억 5,500만 원(24층), 6억 2,500만 원(27층), 6억원 등 다시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섰다. 현재 호가는 5억 원대로 더 내려갔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집값은 규제 완화 직후인 지난해 11월 셋째 주 0.9% 하락을 기록해 전주 대비 낙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낙폭이 재차 확대됐다. 규제지역 해제 이후 최근까지 8.42%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해제만으로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듭된 금리 인상에 차주들이 이자 부담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원리금 상환액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원인인데, 규제지역 해제 등의 국내 정책으로는 상쇄하기 어렵다. 금리 상단을 확인하는 시점까지는 매수세 위축과 거래절벽,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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