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인데 병원 못찾고 ‘구급차 뺑뺑이’ 막는다... ‘병원간 순환당직’ 도입

- 복지부, 31일 필수의료 종합 지원대책 발표... 구급차 뺑뺑이도 막는다
- 한밤 중 병원 찾아 해매는 뺑뺑이 미연에 방지... 병원간 순환당직 연내 도입 예정

정부가 중증·응급·소아 환자 등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간 순환당직제를 도입하여 진료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로 했다.



‘필수의료’란 생명과 가장 직결되는 분야이지만 업무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에 비해 금전적 보상이 적어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는 중증·응급·소아·분만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개편 방안은 ‘병원간 순환당직제도’의 도입이다. 현재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별로 각자 당직 일정을 짜다보니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는 인근 병원을 통틀어서 수술 가능한 당직의사가 아예 없는 진료 공백이 생기고 있다.


때문에 중증·응급환자 원내 사망률은 2019년(6.4%)에 비해 2020년(7.5%) 1% 이상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근무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기도 했다.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계속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명 ‘구급차 뺑뺑이’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중증·응급 환자 중 적정 시간 내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한 환자의 비율이 51.7%로 절반 이상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인근 지역 병원 여러 곳이 일종의 팀을 짜서 최소한 1개 병원에는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당직 근무를 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 지역의 범위는 이르면 상반기 내로 결정되고, 하반기 시행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원 간 순환당직제가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순환 당직을 맡은 병원이 환자를 받을 여건이 되지 않으면 수술과 진료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순환 당직 당일, 해당 병원의 의사가 이미 수술 중이라면 작동할 수 없는 제도”라며 “의사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은 더욱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3년부터 15개 중증질환에 한해 제한적 순환당직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프라도 확충하기로 했다. 의료인에게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소아전문 상담센터’를 신설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현행 8곳에서 2024년까지 12곳으로 늘린다. 필수의료 분야에 공공정책 수가(건강보험으로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도 도입된다. 진료 횟수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특히 폐업 위기에 놓인 분만 의료기관이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현재 분만 의료기관에는 분만수가가 지급되는데 여기에 안전한 분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안전정책 수가’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시군 지역의 분만 의료기관에는 ‘지역수가’를 더 지급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역수가 지급 대상 지역의 분만 건수는 전체 분만 건수의 35%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 중 핵심인 의사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의료진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지금의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에 집중했다”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앞으로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부터 협의체를 꾸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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