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부터 줄곧 상위권에 위치하며 수십년에 걸쳐 ‘왕조’를 이어온 삼성라이온즈의 올 시즌 부진은 뼈아프다. 삼성은 1982년 창단 이후 최초로 최하위를 기록할 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이방인의 에이스가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후반기 반등을 노린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이번 경기를 승리하며 31승 49패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9위 키움과 5경기차로 뒤져있고,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는 삼성이지만 KIA전 6전 전패를 끊어내고 KIA 상대 첫 승리를 거뒀다.
반면 최근 무서운 기세로 SSG와 KT를 연달아 무찌른 KIA의 연승행진은 6에서 멈췄다. 36승 39패 1무로 전반기를 마감한 KIA는 5위 롯데에 1경기차로 뒤져있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ERA) 4.56으로 최하위, 팀 타율도 0.252로 9위에 머물며 투타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삼성이 압도적인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 투타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타선은 침체되어 점수를 내오지 못하며 투수진은 쉽게 점수를 내주는 상황이다.
확실한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칠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7월 삼성은 9경기에서 4승 5패를 기록했는데, 선발 투수들이 무너졌을 때는 모두 패했고, 선발투수가 제역할을 다하는 경기에서는 그래도 접전을 펼쳤다.
그렇기에 전반기 마지막 선발투수였던 뷰캐넌의 어깨가 무거웠다. 후반기를 위해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고, KIA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던 만큼 부담감이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뷰캐넌는 평소처럼 5일 휴식이 아닌 4일 휴식을 한 뒤 자진해 등판해 팀에 승리를 안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1회말 최원준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침착히 병살타를 유도해 주자를 삭제시켰고 부상 복귀 후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는 나성범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2회도 무사히 마친 뷰캐넌에게 행운이 따랐다. 3회초 2사 1루에서 호세 피렐라가 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렸다.
이 때 3피트 라인 안으로 뛰었으나 양현종의 송구가 애초에 벗어났다는 판단 하에 투수 실책을 선언했다. 공이 빠진 사이 1루 주자는 2루를 거쳐 3루까지 밟았다. 흥분한 김종국 KIA 감독이 항의했고 퇴장을 당하며 KIA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포일까지 나오며 결국 삼성이 선제점을 챙겼다.
팀 타선에 많은 점수를 기대할 수 없기에 뷰캐넌은 리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힘차게 공을 뿌렸다. 3회말을 시작으로 9회말 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격수 실책으로 나성범이 1루를 밟은 게 전부였다.
최고 시속 150㎞를 웃도는 속구를 앞세워 컷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고루 뿌렸다. 결정구도 다양했다. 체인지업으로 4개, 커터로 3개, 커브로 하나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 사이 타선은 더욱 힘을 냈다. 4회초 최근 KIA에서 트레이드로 옮겨온 류지혁이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1사에서 김재성이 우월 투런 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8회초에도 류지혁의 선두 타자 안타로 시작해 희생번트, 볼넷에 김동진의 쐐기 1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스코어는 4-0까지 벌어졌다.
이미 100구를 넘겼고 점수차에 여유도 있었지만 최근 삼성의 불펜이 많은 이닝을 투구한 것을 감안해 뷰캐넌은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스스로 경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에이스’다운 면모였다. 대타 고종욱을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뒀으나 최원준과 김도영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에 위기에 몰렸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고, 교체될 것으로 보였지만 삼성 벤치의 판단은 ‘믿음’이었다. 뷰캐넌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했다. 요즘 타격감이 좋았던 나성범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1점과 1아웃을 바꿨고, 최형우도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값진 완투승을 거뒀다.
올시즌 3번째 완투이자 첫 9이닝 완투를 기록한 뷰캐넌은 올시즌 성적을 7승 6패 ERA를 2.88을 마크했다. 올 시즌 선발로 나선 17경기에서 109와 3분의 1이닝을 투구하며 11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에이스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7월 들어 삼성은 9경기에서 4승을 거뒀다. 그 중 뷰캐넌이 팀에 2승을 안겼다. 16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했다. 앨버트 수아레즈도 6이닝 무실점하며 승리를 챙겼고 원태인도 6⅓이닝 3실점(1자책점)한 뒤 승수를 보탤 수 있었다. 이밖에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당연한 듯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타선의 힘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건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고마운 뷰캐넌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인해 여유가 있다고는 해도 119구를 뿌리는 건 자칫 후폭풍이 찾아올 수 있을 만큼 체력적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그만큼 팀 승리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뷰캐넌이다.
이날 승리 하나에 큰 의미를 담기는 어렵다. 다만 이방인 에이스가 보인 혼신의 역투로 전반기를 마감한 삼성이 후반기 절치부심해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수 있기를 삼성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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