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우선 임용을 차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포퓰리즘 정책
- 오히려 현재의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의 예외조항을 없애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국민들의 기대수명 향상과 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 그리고 신종 감염병 위기 등으로 인해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은 앞으로도 더 확대되고 중요해질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여당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도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도록 동등한 자격을 갖게 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천명이 넘어가고, 코로나19 새 변이종 발견으로 정체절명의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위와 같은 소식을 접한 일반 국민들은 우려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 의사 우선 임용을 차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일수록 복지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보건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오히려 현재의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의 예외조항을 없애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우선 보건소장의 역할은?
보건소장은 지역보건법에 따란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정을 책임지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 예방 접종, 모자보건, 건강증진 등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따라서 의학지식은 물론, 역학 원론, 감염병 역학, 만성병 역학, 지역사회의학, 환경보건 등의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보건소장 의사임용이 특정 직군을 위하는 차별행위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특정직군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예외적 사례지만, 보건소장 자격의 가치성과 의사의 전문성을 이유로 현행 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의 대원칙을 고수해 왔다.
◆ 합리적 필요성에 따라 이루어진 의사 우선 임용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기회는 동등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건소장 임용에 있어 의사를 우선 임용하도록 한 것은 공중보건 업무의 전문성의 중요성에 따라 의사의 자격과 역량이 보건소장 업무수행에 가장 적합하다는 고민과 판단에서 우선순위를 정한 것일 뿐, 특정 직군을 위한 특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의사를 우선 임용하도록 했을 뿐, 타 의료인의 보건소장 임용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보건소장 중 의사 비율은 2017년 42%, 2018년 38%, 2019년 40% 등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보건의무 직렬 공무원과 일반행정직 등 비의사 보건소장이 50%로 훨씬 많은 상태이다.
보건소장의 낮은 신분 보장과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의사보다 다른 보건의료직군 출신의 공무원 충원율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의 질병 예방이나 건강증진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직무 전문성을 고려하여 누가 적임자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명하는 것은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주민에 대한 공중보건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염려한다면, 법률상의 진입장벽 차원에서 논의가 아닌, 일선 보건소장이 공공의사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신분 안정을 보장해주고, 보다 전문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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