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태반박리 진단 놓친 산부인과 의료진, 8억 원 손해배상”

- 태반조기박리 놓치고 재왕절개 판단도 늦은 의료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의료진 과실 인정해 1심보다 더 많은 8억 원 배상 판결
- 재판부 “태반조기박리의 조기 처치의 중요성 감안하면 지체돼 뇌손상 발생했다고 봐야”

법원이 태반박리 진단을 놓치고 뒤늦게 재왕절개를 실시했다가 신생아에게 뇌병변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의 명백한 과실을 인정하고 7억 5,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가운데 항소심에서 더욱 손해배상금이 늘어 총 8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금을 판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고등법원 청주 재판부는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 배상 청구에서 7억 5443만 504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 선고에 대한 항소심에서 6170만 3074만 원에 더해 지연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산모 A씨는 지난 2017년 9월 8일 새벽 질출혈 증상을 보이며 B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해 치료를 받다가 출산했다.

A씨가 질출혈 증상을 보인 것은 새벽 2시 9분경으로 응급실 내원 이후 2시 55분 응급의학과 초진에서도 질출혈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3시경 즉시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았다. 이어 3시 16분과 58분경 2번에 걸쳐 태동검사(Non-Stress Test, NST)를 받았다.

하지만 약 한 시간 정도 뒤인 새벽 4시 17분경까지 질출혈이 이어지고 A씨가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응급제왕절개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55분경 수술을 실시해 13분만인 5시 8분경 남아를 출산했다.

태어난 아이는 출생 직후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했으나 저산소성 허혈 뇌변증과 중증출산질식 등으로 인해 뇌병변 장애를 진단받았다. 이에 산모 A씨 측은 태어난 아이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장애를 입었다며 총 11억 8874만 8156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병원 측에 청구했다.

A씨 측은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할 충분한 정황이 있었으나 이를 진단해 즉시 응급제왕절개술을 실시하지 않고 2시간 이상 지체해 실시했다”며 “의료진은 분만 후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하지 않았으며 요양방법지도나 설명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대학병원 측은 필요한 검사와 처치는 모두 이행했다며 “의료진은 어떤 과실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초음파와 비수축 검사에서 태반조기박리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의료진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질출혈이 추가로 발생한 직후 태반조기박리를 고려해 신속하게 응급재왕절개술을 시행해 출산 직후 필요한 응급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열린 1심 재판부는 의료진 과실을 일부 인정하며 7억 5000여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A씨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어 열린 이번 항소심에서도 B대학병원 의료진이 진단과 분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태어난 아이에게 뇌손상 장애를 입혔다면서 그 과실을 인정했다. 산모 A씨가 응급실에 내원해 호소한 증상이나 검사 결과를 보면 태반조기박리 가능성을 초기에 인지했어야 했으나 이를 의료진이 놓챴디고 판단했다.

B대학병원이 실시한 검사에서도 대탄조기박리 증상으로 진단내릴 수 있다고도 했다.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수치가 10.5g/DL로 기준치를 하회했고 NST검사에서도 자국 수축이 드러나 “태반조기박리수축 양상인 톱니모양의 빈번한 수축‘이 나타나 태반조기박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의료감정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의료진은 상당히 팡선 시점에서 응급제왕절개술을 실시할 수 있었으나 이를 지체했다. 태반조기박리의 조기 처치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지체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고 현재 장애까지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B대학병원이 이에 대해 “검사에서 태아 심박동과 맥박이 정상수치였고, 태동도 관찰되어 의료진이 태반조기박리가 아닌 조기 양막파수에 따른 단순 진통으로 진단한 것을 의료진의 과실로 치부할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진료 감정에서도 초음파검사나 NST 검사의 결과로는 태반조기박리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취지가 일부 포함됐으나 태반조기박리 특성상 검사 결과만으로 이를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한 것”이라며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할만한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진 과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저산소성 뇌손상이 분만 과정에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B대학병원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B대학병원이 아프가 점수나 제대혈 검사 결과 pH 농도, 장기 손상 여부 등을 근거로 들었으나 "분만 직후 의료진의 (응급) 처치로 개선되거나 예방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분만 이후 응급조치 과실이나 요양방법지도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은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임신과 출산은 모든 임상 의료기술을 다해 진료하더라도 예상외 결과를 피하기 어려운 고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만으로 태반조기박리 여부를 완벽하게 진단하기 매우 어렵고 A씨는 실제 일부 검사 결과에서 비교적 정상적인 양상을 보였다"며 B대학병원 책임은 7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심에서 산모 측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B대학병원에 배상액 6170만 3074원을 추가해 총 8억 1613만 8114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외 나머지 양측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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