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증원 근거로 채택된 '종합병원협의회' 의견?

의대 정원 확대 논란 속 '종합병원협의회'의 정체는?
정부, 대표성 없는 임의단체 의견을 정책 근거로 채택
내부 협의 없이 제출된 의견서, 의료계 반발 초래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 논의 과정에서 매년 3,000명씩 5년간 늘리자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자, 이를 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물론 병원계 내에서도 대표성이 부족한 임의단체의 의견을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로 채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해 8월 출범한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의 중심에 섰다(사진제공: 대한종합병원협의회)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의대 정원 증원 효력 집행정지 항고심 심리 과정에서 제출한 근거 자료 47건과 별도 참고자료 2건 중 종합병원협의회의 의견서도 포함시켰다. 이 의견서에서는 종합병원협의회가 매년 3,000명씩 5년간 총 1만 5,000명의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의사 구인난 등으로 인해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절감하고 있는 병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고 명시하며, 종합병원협의회의 '의대 정원 3,000명 증원' 의견서를 의대 증원 근거로 삼았다. 또한, 정부는 이 의견서가 정부의 2,000명 증원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요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종합병원협의회가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로 채택된 것에 대해 대표성 논란이 일고 있다. 종합병원협의회는 대학병원이나 공공병원이 아닌 중소병원급 종합병원 30여 곳의 원장들이 결성한 임의단체로, 병원 법정단체인 대한병원협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능단체다. 이 협의회는 지난해 8월 전국 종합병원들의 운영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립됐으며, 정영진 강남병원장이 회장을, 김병근 박애병원장이 수석부회장을 맡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임원진 구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대한병원협회는 종합병원협의회의 의대 정원 3,000명 증원 주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선을 그었다. 병협 관계자는 "몇몇 종합병원장들이 설립한 임의단체로, 소속 병원 명단도 없고 정 원장과 김 원장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협이 인정한 직능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병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종합병원협의회가 정부에 제출한 의대 정원 3,000명 증원 관련 의견서는 내부 구성원 협의도 없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안건에 대한 내부 의견 수렴 채널에서도 정부 제출 의견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극소수의 의견이거나 정부가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종합병원협의회 소속의 A 병원장은 "이런 의견서를 제출하려면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전했다. A 병원장은 "지방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증원 규모에 대한 언급은 혼선을 줄 수 있고, 근거를 대기도 어려워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일 종합병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종합병원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도, 병협에서 인정한 직능단체도 아닌 종합병원협의회와의 간담회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론적으로 종합병원협의회는 대학병원이나 공공병원이 아닌 중소병원급 종합병원 30여 곳 원장들이 결성한 임의단체로서, 정부가 이를 의대 정원 증원 근거로 삼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대표성과 객관적인 근거가 중요한 만큼, 정부가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