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토론회서 제기된 우려들...'전문의 중심 병원' 현실화 난제

"1·2·3차 의료기관 연계 시스템 구축이 선결 과제"... 전문가들 한목소리
병상 축소·경증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 우려... "단계적 접근 필요"
의료 수요 통제 없는 개편은 한계... "국민 인식 변화, 재정 지원 등 종합적 접근 강조"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및 전문의 중심병원 구축 계획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전문의 중심병원' 토론회에서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잠재적 문제점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 2, 3차 의료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 시스템 구축이 선결 과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축소와 경증환자 진료 축소에 따른 경영 문제, 전문의 고용 문제, 전공의 수련, 국민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한 주치의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인하의대 교수)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은 협력기관인 1, 2차 병원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 관리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시작되는 체계적인 환자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종훈 병원정책연구원장(고대안암병원 교수)은 현행 의료 수요를 통제하지 않은 채 상급종합병원에만 역할 전환을 요구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병상 축소가 각 병원마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역할 재정립의 방향성은 옳지만, 수요 통제 없이 병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사직한 박재일 전공의는 1, 2, 3차 의료기관의 유기적 전달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와 환자 단체 대표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냈다. 정진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국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상급병원 이용을 줄이기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미란 소비자시민모임 대표는 1차 의료와 지역 의료 살리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따른 경영 문제와 인력 유지 문제도 주요 논점이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경증환자 축소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재원의 확보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병상 감축의 단계적 접근을 제안하며, 급격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구축과 관련해서는 전문의의 역할 정의와 준비 상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박종훈 원장은 "전문의들이 전공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인력이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인지, 또 전문의들이 이러한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많은 전공의들이 사직한 상황과 지방병원의 전문의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갑작스러운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의 모순성을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정부의 의료체계 개편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세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특히 1, 2, 3차 의료기관 간의 유기적 연계, 의료 수요의 적절한 통제, 국민의 인식 변화, 재정적 지원, 인력 문제 해결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향후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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